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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중단하라

1월 24일 금속노조가 광화문에서 신년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강추위와 칼바람이 맹위를 떨친 이날 집회에는 5천여 명이 모였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구조조정 중단, 노동악법 철폐, 산별교섭 제도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그럴싸한 말과 달리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꾀죄죄한 ‘개혁’에 머무르고 있다며,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 존중’에 의문을 던졌다.

1월 24일 오후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 앞에서 ‘2018 금속노조 신년투쟁 선포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이날 대열의 절반 가량을 메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하루 전면 파업을 하고 집회에 참가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사에 ‘한 달 안에 자구계획을 도출하지 않으면 채권 만기 연장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말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은 191명 정리해고와 임금 30퍼센트 삭감을 주요 골자로 한다. 금호타이어지회는 이를 거부해 왔는데, 국책은행이 부도를 위협하며 자구안 수용을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금호타이어 곡성지회 정송강 지회장은 연단에서 국책은행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 때 임금이 40퍼센트 깎이고 600여 개 직무가 도급화돼 살인적 노동을 강요 받았습니다. 5년간 피땀 흘려 워크아웃을 졸업했는데, 또다시 임금 30퍼센트 삭감과 191명 정리해고를 하라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말로만 ‘노동 존중’을 외치지 말고, 노동자의 임금·조건을 협박하지 마십시오. 국책은행들을 엄중히 감독하십시오. 만약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총파업을 하고 그 때는 청와대 담을 넘을 기세로 상경 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자구안

대열에서도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분노가 상당해 보였다. 노동자들은 12월 월급과 1월 상여금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십중팔구 1월 월급도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제시한 자구안은] 부실경영은 그대로 놔두고 노동자들을 자르고 임금 삭감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쥐어짜서 흔들리는 회사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 아닙니까?”

“5년간 워크아웃 하고 졸업했을 때 자부심이 컸습니다. 우리의 희생으로 회사를 살렸으니까요. 그런데 또 구조조정 한다고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정말 배신감이 큽니다.”

“우리는 이명박근혜 기간 동안 구조조정을 당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중심’, ‘노동 존중’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에 와서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말을 했으면 그에 걸맞게 해결책을 내놔야 합니다.”

‘2018 금속노조 신년투쟁 선포식’을 마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지난해 말 국책은행들로부터 ‘기업의 회생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다’는 실사 결과를 받았던 성동조선·STX조선 노동자들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3월까지 재조사를 해서 기업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결과도 장담할 수 없거니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에 어떤 제동도 걸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집회를 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청와대가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그 상황판에 우리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표시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날 집회 연단에 선 성동조선지회 강기성 지회장은 이렇게 심정을 표현했다.

“국책은행 관리하에 있는 사업장 동지들은 모두 잘 아실 겁니다. 해마다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노조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동의서를 강요하고, 죽어가며 일만 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위태롭게 만들었던 게 누구입니까? 국책은행과 정부였습니다.

“지금 국책은행들은 우리더러 1년 6개월 무급휴직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앞에서는 이런저런 말로 생색을 내면서, 뒤로는 또 우리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복수노조 탄압에 신음하고 있는 콘티넨탈지회 조남덕 지회장은 “금속노조 산하 60개 사업장이 교섭창구 단일화와 복수노조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며 “금속노조가 앞장서서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노조할 권리를 지켜 내자”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대열은 한파를 뚫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일자리 보장과 노동악법 철폐를 촉구했고, 이후 투쟁을 더 확대해 나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STX조선의 구조조정 중단과 일자리 보장을 염원하며 만든 ‘STX희망호’를 끌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매서운 추위에도 5천 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집회에 모여 구조조정 중단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악법 철폐와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조승진
정부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한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