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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 첫 파업:
“진짜 사장 우정사업본부가 처우개선과 직접고용 책임져라”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이자 기타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월 5일에 노조 설립 후 첫 파업에 돌입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 우체국 1300여 곳에서 미화원, 우체국 청사·금융경비원, 건물과 우편기계를 정비하는 기술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시설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자들인데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 노동자의 임금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에게는 제공되는 수당, 병가 등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아 왔다. 노동자들은 우체국시설관리단이 설립된 18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지급해 왔고, 변변한 처우 개선책 하나 제공한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그간 회사로부터 받아 온 차별과 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들 다 받는 식사비, 가족수당, 경영평가성과금을 우리는 왜 못 받나? 일 시킬 때는 한 가족이라고 하면서, 정규직이 받는 수당을 우리도 달라고 하면 ‘당신네는 우정 노동자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우체국을 쓸고 닦고 지키고 고치는 일이다. 우리는 우정 노동자가 맞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열악한 처우를 바꿔 내고자 2015년에 노조를 결성하고 조직을 확대해 왔다.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2500여 명 중에서 약 900명이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에 가입했다.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꼭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식사비 월 13만 원을 온전히 지급할 것, 기술원 임금 8퍼센트 인상, 장기근속수당 인상, 정규직과 동일하게 질병휴직 유급 처리와 병가 확대, 본사와 동일하게 제 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2월 5일 서울 포스트타워 앞에서 열린 파업 돌입 기자회견 ⓒ전국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특히, 노동자들은 회사가 식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우체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년 전부터 식사비를 정규직과 똑같이 지급하라며 정부에 요구해 왔다. 그래서 기재부는 올해부터 비정규직 식사비 월 13만 원을 책정해서 우정사업본부에 지급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식사비는 6만 1000원으로 반토막 난 것이다. 노동자들은 “우리의 투쟁으로 쟁취해 낸 식사비를 왜 회사가 삥땅 치냐?”며, “내 밥값 내놔”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 밥값 내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2월 5일에 열린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수도권 조합원 100여 명이 모였다. 서울 포스트타워 앞에 모인 파업 노동자들의 기세가 좋았다.

포스트타워에서 미화원으로 일하는 한 여성노동자는 파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절절하게 밝혔다. “여태 우리는 시키는 대로 뼈가 부서지도록 노예 취급 받으며 일만 해왔다. 그런데 식사비는 반토막 나고 회사는 돈 없다고 하면서 (원청인) 우정사업본부에 상납금을 받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바뀌는 게 없어서 이 자리에 모였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사람답게 살아보자.”

2월 5일 서울 포스트타워 앞에서 열린 파업 돌입 기자회견 ⓒ전국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

우정사업본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진행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전에 정규직 공무원이 하던 일들을 우체국시설관리단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고용해 왔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예산을 배정 받아 운영된다. 그래서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정사업본부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최대한 예산을 남기고, 이를 다시 우정사업본부에 반납해 왔다. 그 금액이 무려 30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 놓고는 돈이 없다며 기재부가 책정한 식사비를 절반만 지급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확대해 온 원청인 우정사업본부가 책임 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의 자회사 구조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므로, 우정사업본부가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자회사 고용을 정규직 전환 방안이라고 내놓는 것이 왜 문제인가를 알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 박정석 지부장은 “우리는 원청의 업무 지시를 직접 받아 일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파견을 조사하고 직접고용을 하라고 해야 한다. … 우체국시설관리단은 파견하청업체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회사라는 이유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서도 배제됐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을 해체하고 직접고용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는 우정사업본부가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2월 8일(목) 오전 11시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전 조합원 파업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설립 후 당당하게 첫 파업에 돌입한 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