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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무기한 구금 허용한 헌법재판소 규탄한다

2월 22일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조항은 법무부 장관의 허가만 있으면 단속된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시킬 수 있을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게 한다. 사실상 무기한 구금도 가능하다.

이주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 조항에 9명의 재판관 중 4명(재판관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 조용호)이 합헌 의견을 냈다. 위헌 판결 정족수는 6명이다.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이주민들의 고통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2008년 2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주기 추모제 ⓒ임수현

지금도 화성외국인보호소에는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가 무려 5년 가까이 구금돼 있다. 그를 면회해 온 이주민 인권운동 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에 따르면 그는 잠시 풀려났다가 최근 또다시 구금됐다고 한다. 형법에 규정된 살인죄의 최저형이 징역 5년인데 난민 신청을 한 것이 살인에 버금가는 범죄란 말인가?

외국인보호소는 인권 침해의 온상이다. 대한변협이 2015년 발간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외국인보호소는 “구치소 또는 교도소와 사실상 동일한 구금시설”이며 “외국인 보호시설 내 보호외국인들의 처우는 여러 측면에서 ... 수형자의 처우보다 열악하다.” 이런 곳에 언제 풀려날지도 모르고 구금되는 것은 심각한 정신적‍·‍물리적 고통을 낳는다.

외국인보호소에 장기간 구금되는 대표적 사유는 역설적이게도 난민 신청자라는 것이다. 외국인보호소에 한 번 구금되면, 난민 신청 절차 종료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난민 인정 절차가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난민 인정률이 터무니 없이 낮다(2017년, 심사결정자 수 대비 약 2퍼센트). 난민 불인정 결과에 불복해 재심과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체불된 임금이나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으려 출국을 미루느라 장기구금되는 일도 벌어진다. 10명이 숨진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때,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에르킨 씨는 체불임금 180만 원을 받지 못해 11개월 넘게 갇혀 있다가 변을 당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구금된 이주민들이 “자진출국함으로써 언제든지 보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난민 신청자나 임금이 체불된 이주민들에게 구금되기 싫으면 권리를 포기하고 출국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보호의 일시해제, 이의신청,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등 강제퇴거대상자가 보호에서 해제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근거도 내세웠다. 그러나 2016년 노회찬 의원실이 법무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제추방이나 외국인보호소 구금 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2012년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외국인보호소 구금 기간을 연장하려면 3개월마다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가가 나지 않은 경우는 2012년에 단 1건이었다. 오히려 허가해 준 건수는 2012년 212건에서 2015년 328건, 2016년 1월~8월 271건으로 늘어났다.

합헌 판결을 한 재판관들은 문제의 조항이 “국가의 안전 보장‍·‍질서 유지 및 공공복리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흔히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한다며 이런 주장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취약한 조건 때문에 더 불리한 조건을 강요당한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이지, 미등록 체류자를 없애려는 것도 아니다.

합헌 판결 재판관들은 미등록 이주민이 “보호해제 된 후 잠적할 경우 ... 범죄에 연루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종차별적 편견도 반영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폭력범죄에 관한 연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6)에 따르면 2011~2014년 인구 10만 명당 검거인원지수를 보면 평균적으로 외국인은 내국인의 약 1/3에 불과했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민들은 불법 행위나 인권 침해를 당해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어 범죄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헌 판결은 미등록 이주민 단속과 국경 통제 강화를 뒷받침하고 이주민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한다. 또한 전체 노동자들이 겪는 실업과 저임금 등이 이주민의 탓인 양 하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도 낸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주들에게는 이득을 안겨 주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킨다.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하고 단속추방을 중단해야 한다. 따라서 이주민을 구금하는 외국인보호소도 당연히 폐쇄돼야 한다.

알량한 약속마저 간곳없고 단속 강화 내건 문재인

문재인 정부도 미등록 이주민들이 외국인보호소에서 겪는 고통에 무관심하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에서 “재임 후 1년 내에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고 사법부의 사전 및 사후적 심사를 도입한다는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구금 기간 연장을 허가할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서 사법부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한적인 개선안이다. 사법부라고 구금 기간 연장을 계속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조차 전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이주민은 더 늘어날 것이고 그 중 일부는 장기구금될 것이다.

단속 강화 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의 일자리 보호 및 치안 불안감 해소”를 운운한 것도 합헌 판결을 한 재판관들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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