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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 임금·승진 차별에 항의하는 KEC 노동자들

구미의 부품제조업체 KEC에는 노동자 600여 명이 고용돼 있다. 그중 절반이 여성 노동자다. KEC지회 이미옥 수석부지회장(사진)이 사측의 여성 노동자 임금·승진 차별을 고발한다. 

KEC에서 보통 여성 노동자들은 J1→J2→J3등급 순으로 승격하는데, 그 다음 단계인 S등급으로는 승격이 안 돼요. 여성은 아무리 노력해도 J3등급까지만 올라가고 그 이상은 안 되는 게 불문율이죠. 이것은 임금 차별로 이어져요.

KEC지회 이미옥 수석부지회장

제가 1988년에 입사했는데, 2009년까지는 자동승급제도가 있었어요. 7년 정도 근속연수가 쌓이고 인사 고과 평가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면 자동으로 승급을 해 주는 제도예요.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S등급으로는 아예 승급을 안 해 주더라고요. 자동승급제도가 없어진 뒤에는 그나마도 승격이 더 어려워졌어요.

제가 지난 몇 년간 고과 평가에서 (A~D 중) C등급을 3번 받았는데, 왜 C등급인지 그 기준을 알 수가 없어요. 열심히 일했는데 억울했죠. 그러다가 (계속 C를 주면 항의를 받을까 봐 그랬는지) A를 가끔 줘요. 그때는 승격 시험과 면접도 보라고 해서 다 했어요.

내가 ‘어차피 여자는 승격도 안 해 주면서 이런 거 왜 하라고 하는 거냐’며 회사에 항의를 했죠. 그랬더니 회사 관리자가 ‘여성들은 생산직에서 단순 업무를 하지 않냐’며 그냥 따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나 이 말이 가당찮은 게, 여성 노동자 중 3분의 1은 사무직이에요. 저도 제품이 만들어지면 각 업체에 납품을 하는 출하 업무를 맡고 있는 사무직이거든요. 저는 전산으로 출하 관리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만드는 일도 해요. 그런데 여성은 사무직이더라도 S등급으로 승격시켜 주지 않으면서, 제품 박스를 내리는 일을 하는 남성 노동자들은 S등급으로 승격시켜 주더라구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회사에 따졌어요. ‘여자는 단순 업무라서 안 된다더니, 왜 이중잣대냐’ 하고 말이죠. 제가 남성 분들의 일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회사 논리가 황당하다는 걸 지적하는 거죠.

그랬더니 사측 관리자가 ‘그 남성들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지 않냐’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한 공장에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같은 일을 하는데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직도 여성 노동자들을 용돈이나 벌러 나온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측은 ‘여성들이 결혼 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근속연수가 평균 7~8년 수준이다. 여성이라서 승진을 차별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저도 KEC 구미공장에서 근무한 지 30년 됐고, 15~20년가량 근무한 여성 노동자도 많아요. 그런데 지난 30년 동안 고졸 여성 사원으로 입사한 노동자 중에 (퇴사한 1명을 제외하고) S등급으로 승격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쉽지는 않죠. 그럼에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인식하고 우리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이 사회에 남녀 차별이 만연한데 우리들이 움직이지 않고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싸우면 차별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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