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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이민경 지음, 봄알람):
새 세대 페미니스트가 주목한 성별 임금격차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이민경 지음, 봄알람, 2017년, 152쪽, 1만 2000원

지난해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봄알람)[1]을 쓴 이민경 씨가 올해는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에 관한 내용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격차가 부동의 1위이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과 교육 수준이 높아져 평등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커진 반면, 성별 임금격차는 여전해 여성들의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낳고 있다.

새 세대 페미니스트인 저자가 성별 임금격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요즘 페미니스트들의 주된 관심사는 섹슈얼리티 쟁점인데, 이 책은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성별 임금격차를 주목해 다뤘다.

이 책의 장점은 직장 안팎에서 겪는 성차별과 성별 임금격차를 통계와 재미있는 그림을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것이다. 노동자뿐 아니라 청년과 학생들이 읽어도 대체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저자가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성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은 통쾌하다. 저자는 ‘여성이 저임금을 받는 것은 여성이 무능력한 증거’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비판한다. 여성이 취업 전에 진학과 성장 과정, 진로 결정, 취업 경쟁 등에서 이미 차별을 겪는다는 점도 드러낸다. 이것이 일자리 선택에 미치는 영향과 여성 노동자가 된 뒤 겪는 차별까지 계산하면, 여성의 “잃어버린 임금”이 얼마가 될지 상상해 보라고 독자에게 말한다.

저자는 성별 임금격차가 그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출산과 임신으로 인한 경력 단절, 승진 차별, 성별 직종 분리, 비정규직 등 이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이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하는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여성성 강요에 시달리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진다고 폭로한다.

그런데 저자는 성별 임금격차를 다룰 때 남성과 여성의 임금소득 비교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별 임금격차를 “성별에 따른 부의 불평등”으로 규정한다. 물론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현실을 일부 반영한다.

그러나 부의 불평등을 단지 성별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할 뿐 아니라 핵심을 놓치게 한다. 소수 여성들은 대다수 남성들(주로 노동계급)보다 훨씬 더 부유하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현격한 빈부격차가 있다. 즉,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서 핵심은 성별이 아니라 계급적 차이임을 놓쳐선 안 된다.

계급구조와 여성 차별

저자는 임금 불평등을 중심으로 부의 불평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임금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훨씬 극적이다. 가령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2010~2014년 배당으로 수천억 원을 벌었다. 배당소득의 격차는 임금 격차와 견줄 수 없을 만큼 크다. 국세청 자료(2012년)를 보면, 배당소득을 올린 투자자 중 상위 1퍼센트가 전체 배당소득의 72.1퍼센트를 차지한다. 또, 2016년 통계를 보면,한국 부호 1위인 이건희는 주식 자산만 13조 418억 원이다. 그러나 최상위 부자들의 개인 자산은 그들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기업 자산 규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2]

이런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원천은 노동시장 내 임금소득 격차가 아니라 사회의 생산수단 소유·통제를 놓고 형성되는 계급관계에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불평등의 한 양상인 성별 임금격차를 분석할 때도 사회의 핵심 분단선인 계급적 차이를 간과한 채 성별로만 설명하면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성별 임금격차의 주요 요인에는 성별 직종 분리가 있는데, 이는 여성이 저임금 직종과 하위 직급에 집중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단지 남성 개개인들의 차별적 의식이나 태도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노동력을 착취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점과, 지배계급이 이를 위해 성차별을 의식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 결합돼 일어나는 현상이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노동자 연대〉 199호, ‘여전한 성별 임금격차 100:64 ― 왜 이토록 불평등한가? 어떻게 싸워야 하나?’ 참고)

성별 임금격차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여성이 사회의 노동력 재생산에서 맡는 구실과 관련돼 있다. 노동력 재생산이 개별 가정 단위에 맡겨져 있다 보니 여성들은 출산과 함께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 쉽고, 취업을 해도 양육과 병행할 수 있는 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리기 쉽다. 여기서도 경제적 착취와 차별은 흔히 결합돼서 일어난다.

이렇듯 성별 임금격차 현상을 설명할 때 사회의 계급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단지 성별로 얘기하면 그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 그러면 해결책도 제대로 찾기 힘들다.

저자는 성별 임금격차 현상에 주목하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옳게 문제 제기했다. 하지만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하다 보니,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도 어려움에 봉착한 듯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장 해답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더라도 끈질기게 질문하고 말하라’고 얘기하는 데 그친다.

물론 부당한 차별의 현실에 문제 제기하는 것은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차별을 낳는 원인을 올바로 분석할 때 훨씬 더 효과적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구조와 작동 방식, 여성 차별의 구조적 관련성을 설명하는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과 그 분석을 새 세대 페미니스트들과 지지자들이 진지하게 검토하면 좋겠다.


[1] 이 책에 대한 서평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새 세대 페미니즘의 강점과 약점을 보여 주는 책’은 〈노동자 연대〉 181호에 실렸다. [본문으로]

[2] 김하영, 《오늘날 한국의 노동계급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책갈피, 2017), 33~34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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