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울산지회 출범:
“우리가 뭉치면 현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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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뜻깊게도 현대모비스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총회를 열었다(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모비스 울산지회). 노동자들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노조 설립을 선포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우리가 단결하면 패배하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처음 설립한 뒤 여러 지역의 공장들에서 잇달아 노조가 설립됐다. 이번 울산공장 노조 설립은 화성, 아산, 광주, 평택에 이어 다섯 번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모듈과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이자 다른 부품사들을 관리하는 핵심 기업이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실시간으로 모듈을 공급하는 직서열 방식으로 현대기아차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큰 힘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모비스 화성공장 조합원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2시간 총회를 하자 인근에 있는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고 한다.
이날 울산 총회에는 노조 설립을 축하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 동진오토텍 등 여러 노조의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노조를 먼저 설립한 화성, 평택, 광주의 현대모비스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그리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연대 회원들도 참가했다.
강수열 금속노조 울산지부장, 이창규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처장, 그리고 하부영 현대차지부장이 노조 설립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다.
희망
총회에서 선출된 함형길 지회장은 감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최소한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했습니다. 동지들의 열정과 열망을 잊지 말고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단결합시다. 동지들이 바라는 고용 안정, 현장 인력 충원, 노동강도 해소를 투쟁해서 쟁취합시다.”
현대모비스 화성지회 활동가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노조 설립 전에는 연차를 쓸 수 없었습니다. 관리자 눈에 잘못 보이면 해고당하기도 했습니다. 일이 없어도 억지로 청소하며 닦은 데를 또 닦아야 했습니다. 어제가 박근혜 파면 1주년이었습니다. 최고 권력자도 뭉쳐서 싸우니까 내려와야 했습니다. 우리도 뭉치면 현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총회가 끝난 후 이어진 뒤풀이에서는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결의를 다졌다. 총회에서 미처 발언하지 못했던 여러 연대 단체 활동가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모비스 노동자들은 이런 연대에 크게 힘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연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고용이 너무 불안정합니다. 조합원들 중에도 계약직은 1년도 안 돼 잘려요. 저도 일한 지 7개월이 됐는데, 업체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노조와 함께 싸울 겁니다.”
“작업 공정 이동이 너무 잦습니다. 그러니 노동강도가 세죠. 하루 정해진 물량을 끝내도 일을 더 하라고 시킵니다.”
한 노동자는 과제를 말했다. “아직 노조가 없는 (울산 2개 공장 중 하나인) 염포동 공장으로 조직을 확대해야 합니다.”
현대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한껏 사용한다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비정규직 공장으로 알려진 현대모비스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다른 많은 노동자들에게 영감과 희망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