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공장 폐쇄, 중형 조선소 법정관리, 금호타이어 매각:
정부의 책임 회피에 노동자 분노가 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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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한국GM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평생을 바쳐 온 직장에서 ‘희망퇴직’으로 밀려난 비통함의 표현이었으리라.
피도 눈물도 없는 GM은 이런 노동자들을 아랑곳 않고 더 큰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GM 사장 댄 암만은 최근 한국 정부와 노조에 “신속한 구조조정 합의”를 주문했다. 노조에는 군산 공장 폐쇄와 임금·조건 하락을, 정부에는 신규 투자 자금 지원과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통한 감세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GM은 이달 말 돌아오는 2조 원가량의 차입금 만기를 들먹이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빚의 대부분은 GM이 한국GM에 떠넘긴 것이다. 높은 이자율을 매기고 유럽과 러시아 철수 비용을 전가하는 등 적자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 책임을 노동자들더러 지라는 적반하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GM에 책임을 물을 방안으로 제시된 재무 실사도 GM의 자료 제공 의무 약속조차 받아 내지 못한 채 시작했다. 특히, 정부는 군산 공장 폐쇄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다. 정부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럴 만한 재정적·정치적 능력도 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일자리 보호를 위해 GM 군산 공장을 국유(기업)화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이윤을 구할 것이냐, 노동자의 일자리를 구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결정적 시기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기대에 커다란 금이 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하기로 했고, 중형조선소도 법정관리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집회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3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중형 조선소 구조조정 저지 집회에는 성동조선지회와 STX조선해양지회 노동자 1500여 명이 참가했다.
같은 날 광주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 파업 집회에는 금호타이어 노동자 등 4000여 명이 참가했다.
3월 12일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심현선 금호타이어지회 사무장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촛불운동으로 당선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을 지키겠다던 정부가 ‘먹튀’ 해외 자본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겠다고 합니다. 조합원들은 수개월째 임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17만 금속노조의 힘으로 해외 매각을 저지합시다.”
일부 대의원들은 금속노조가 구조조정 공격을 막기 위한 투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소속 김정구 대의원은 말했다. “오늘 제출된 사업계획은 7~8월에 1차 상경 투쟁, 9월에 2차 상경투쟁을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조정 사업장 동지들은 당장 목에 칼이 들어와 있습니다. 시급히 파업 투쟁을 해야 합니다.”
STX엔진, 금호타이어 소속 대의원들도 사측과 채권단이 3월 말~4월 초까지 자구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결정적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지부 소속 신우황 대의원은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지부·지회별로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때 금속노조는 어디에 있었나 하는 반성이 우리 내에서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후회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아차지부 소속 김우용 대의원은 금속노조가 3월 23일 하루 파업을 하고 더 확대해 나가자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은 비록 부결됐지만, 392명 중 106명(27퍼센트)의 지지를 얻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총파업에 준하는 전국적 투쟁”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도, 그것을 “선언하기보다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당장 싸우기에는 “현장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란 현장의 단순한 풍향계가 아니어야 한다. 현장을 위한 투쟁 지도부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현장 꽁무니를 좇을 것이 아니라 현장을 (투쟁하는 쪽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맹렬히 진행되는 공세 앞에서 시간을 끄는 것은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기보다 흐트러뜨리는 효과를 낼 뿐이다. 그동안 ‘희망퇴직’ 방치, 비정규직 해고 방치 등이 이미 그런 효과를 냈다. 금속노조가 추수주의와 소심함을 버리고 투쟁 계획을 제시한다면 현장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결집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