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조선소 구조조정:
법정관리 철회하고 영구 국유화로 일자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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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월, 정부는 STX조선해양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한다고 해도 청산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상태에서는 선박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조선업 불황 지속 때문에 성동조선을 사들일 기업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산 가능성도 꽤 높은 듯하다.
정부는 STX조선이 정규직 노동자 1300여 명 중 40퍼센트(500여 명)를 해고한다는 ‘노사확약서’를 4월 9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협박했다. 정규직인 생산직 노동자를 700여 명에서 200명 정도로 줄이라는 얘기다. STX조선 노조에 따르면, 남아 있는 물량 16척을 건조하려면 생산직·사무직 노동자 3000명가량이 필요하다. 결국 정부 계획대로라면 ‘살아남은’ STX조선도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 이상(2000여 명)이 비정규직인 조선소가 되는 것이다.
중소 조선소 노동자들은 그동안에도 해고, 임금 삭감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 왔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해 8000여 명에 이르던 STX조선 노동자 수는 꾸준히 감소해 1300여 명으로 줄었다. 2010년에 9000여 명이었던 성동조선도 현재 남아 있는 노동자는 12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중 1000명은 지난해부터 유급휴직 중이다.(안타깝게도 노조 지도부는 구조조정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그런데도,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조선업 일자리를 더욱 줄이고, 그나마 남은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계획은 박근혜 정부가 2016년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내놨던 계획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조선업에서 수만 명이 해고되는 동안 이 지원 계획으로 재취업한 사람은 고작 수백 명에 그친다.
산업적 고려
이번 구조조정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문재인 정부가 조선소들을 살리는(그래서 고용을 보호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문재인이 대선 때 중형 조선소들을 살리겠다고 공약한 데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는 향후 구조조정에서 ‘금융 논리의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 논리만 앞세워 여러 조선소와 한진해운을 파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박근혜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신호인 것처럼 보였다.
문재인은 올해 1월 3일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올 1분기 중 마련하겠다”고 말해 조선업 지원 방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안 발표로 중형 조선소 노동자들의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3월 8일 브리핑에서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것이 무조건 자금을 지원해 살리자는 것은 아니다” 하고 분명히 밝혔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말한 “산업적 측면 고려”는 일자리 보호와는 상관없고, 조선업의 과잉설비를 더 줄여 대형 조선소 사측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임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주도한 조선업 구조조정(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에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제동도 걸지 않았던 점도 이를 보여 준다.
그러나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고 그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어 온 노동자들이 또다시 고통을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고용 상황이 최악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 상황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조선소 노동자들을 해고할 게 아니라, 조선소 노동자들이 요구하듯이 “있는 일자리부터 지켜야” 한다.
한때 20곳에 이르렀던 중소 조선소 중 상당수가 파산·매각 등으로 사라지고, 지금 남아 있는 중형 조선소들은 모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소유하고 있거나 그들의 관리 하에 있다. 사실상 정부 소유인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보호를 위해 중형 조선소들을 영구히 국유(기업)화 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그럴 의지가 없는 것일 뿐이다.
관건은 이런 기업을 파산·매각하지 말고 영구적으로 국유화해 일자리를 보장하도록 강제할 투쟁을 노동계급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