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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제도:
노동자보다 기업주에게 활용 가치가 높다

최근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우리사주조합이나 개별 임직원 앞으로 추후 결정할 별도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자사주를 취득해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한국GM 노조 지도부도 임금 삭감을 감수하는 대가로 전 조합원에게 1인당 3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 지도부가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받은 주식으로 경영 참가를 하려 하는 듯도 하다.

진보진영 일부는 경영 참가 방법으로 우리사주제도를 이용한 ‘자본 참여’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 등을 이용해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결국 주총에서 부결됐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문재인 정부도 이런 방식에 대체로 호의적이다. 이미 2016년 7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주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거기에 국회의원 122명이 참여했다.

물론 기업주들과 보수 진영은 대체로 노동이사제뿐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에 이사를 배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보 강요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 사례에서 보듯이,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우리사주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조에 양보를 강요하고, 노동자들을 구조조정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노동자들에게 우리사주를 배정하면, 노동자들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임금과 퇴직금 그리고 모아둔 쌈짓돈을 내놓아야 한다. 자본 확충에 노동자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측이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제공하는 방식도 금융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필요한 자본 확충금액 중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할 자사주 구입으로 처리하면 세제·금융상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을 내놓고 주식을 받는 우리사주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IMF 직후 김대중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기업들의 자본 확충 필요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우리사주를 배분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주가가 폭락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손해를 봤다.

2008~2011년 우리사주를 새로 취득한 노동자 가운데 60퍼센트 정도가 손실을 봤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업은 우리사주 지급으로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노동유연화 등을 노리기도 한다.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기 쉽기 때문이다. 경력·직급 등에 따라 주식 배분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조건 후퇴 등을 압박할 때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기도 쉽다. 다시 말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을 만큼 주식을 배분하고는 노사협력 분위기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더 쉽게 부려먹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사주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전체 노동자의 10퍼센트 수준인 1000만 명 정도가 우리사주를 갖고 있고(한국은 2퍼센트), 상장기업의 40퍼센트가 우리사주 지분율이 10퍼센트 이상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1980년대 초반 불황기에 미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면서 우리사주제도 도입을 늘렸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자본을 확충하는 데 이용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등 비용 절감을 압박하려 했다.

미국의 노조들은 처음에 우리사주제도를 반대했지만, 점차 임금 동결과 노동조건 악화 등을 수용하면서 우리사주제도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후퇴했다. 노동자들에게 해만 끼치는 구조조정을 경영 참가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몇몇 노동자 대표들이 이사회에 포함된다 해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제대로 막기는 어렵다. 이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 운영과 경영 참여에 집중하면서 노사협상과 경영 대안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다 보면, 노동조합의 투쟁력과 조직력이 훼손돼 정말로 투쟁을 해야 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사주제도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임금의 일부가 주식에 투자돼 금융시장의 변동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한편 우리사주제도를 통한 경영 참가는 실제로 매우 어렵고, 설사 참가한다 해도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고통 전가 정책을 막기는 힘들다.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설득하고 일으키는 게 진정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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