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한국GM 실사’를 요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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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민중당 등의 관련 지도자들은 한국GM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대로 된 실사’를 요구하고 있다. 실사에 노조를 참여시켜 달라거나, 별도의 ‘범국민 실사단’을 구성해 GM의 횡포를 연구·고발하는 데 주력하자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GM 경영 실사가 미덥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료 제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GM은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할 리 없고, 정부는 GM으로부터 자료 제공 약속도 받아 내지 못한 채 실사를 시작했다. 심지어 산업은행은 실사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겠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실사가 GM의 부실경영에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하다.
그럼에도 노동운동이 ‘제대로 된 실사’ 요구에 주력하자는 주장은 문제 해결의 본말을 전도한 것인 데다 무기력하다. 실사에 노조가 참여한다 해도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GM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 그래서 기껏해야 폭로 이상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GM에만 초점을 두면서 의도치 않게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가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물론 폭로는 투쟁에 대의명분을 주고 대열의 사기를 높인다. 그런데 지금 한국GM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폭로의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GM의 이전가격, 연구개발 비용과 부실 떠넘기기 등은 보수 언론들조차 말해 왔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실사’를 확보하자는 ‘전술’은 당면 공격에 맞서는 투쟁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결정적 난점이 있다. GM이 4월 20일까지 자구안을 내놓으라면서 임금·노동조건을 옥죄고, 비정규직 해고와 부평·창원 1교대 전환, 정비 외주화를 예고하고, 군산 공장 폐쇄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GM의 악행을 폭로하는 것은 운동의 발전 단계를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은 ‘제대로 된 실사’에 힘을 쏟기보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조건을 지키기 위한 즉각적인 투쟁을 이끌고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