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경쟁·통제 수단인 성과급제 폐지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교무실에는 “성과급 폐지한다며? 그것만 없어져도 속이 다 시원하겠네” 하던 교사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는 혁신교육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김상곤이 교육부총리가 됐을 때 그런 바람은 더 커졌다.
그러나 문재인 당선 1년이 지난 지금, 교사들은 “뭐야? 폐지가 아니라 차등지급률 50퍼센트? 딱 이명박 수준이네” 하며 분노한다.
문재인과 김상곤의 교원성과급 정책은 따지고 보면 이명박 때만도 못하다. 박근혜가 추진한 ‘교원업적평가’를 문재인 정부는 그대로 뒀다. 이 제도는 근무평정(인사 관련)과 성과급을 연계해 이전보다 교사 간 경쟁과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또, 성과급 균등분배 참가자들에게 차기년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징계(최대 파면)하겠다는 공문 협박도 똑같이 따라했다.
2017년 대선 때 교사들은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를 교육 의제 1순위로 꼽았다. 이 때문에 후보 시절 문재인은 ‘교원성과급은 보수 정권이 교원을 통제하는 구체적 수단’이라며 “교원성과급은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선 후 보인 모습은 달랐다.
사실, 교원성과급은 보수 정권이 아니라 바로 민주당의 김대중 정권이 2001년에 처음 도입했다! 민주당의 노무현 정권은 차등지급률을 확대하고 교사 간 경쟁을 강화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착실히 닦고 ‘이명박근혜’가 더 큰 폭으로 확대한 성과급 차등률도 문재인은 유지하고 있다. 차등지급액은 128만 8400원(50퍼센트 적용 시)에서 257만 6810원(100퍼센트 적용 시) 사이다.
김상곤 장관, 실망의 아이콘 되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시종일관 성과급 폐지다. 5월 1∼10일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 2008명을 대상으로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교원평가·성과급제 폐지’가 1순위로 꼽혔다. 시급성은 5점 만점에서 4.92점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 연구 및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2019년 교원성과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도 교원성과급제도가 “인사혁신처 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폐지가 어렵다고 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2011년 경기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혁신학교들 대부분이 학교성과급에서 중하위 등급을 받은 반면 교육청 감사에서 각종 비리가 적발된 학교들이 최고 등급을 받는 모순을 똑똑히 본 바 있다.
이 모순은 개인성과급에서도 마찬가지다. 혁신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사 간 협력이 필수적인데 성과급은 반대로 교사들에게 경쟁을 강요한다.
이렇듯 한때 혁신교육의 상징이었던 김상곤 부총리의 후퇴는 많은 교사들에게 실망을 안긴다.
그 점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공동 공약에서 성과급제 폐지가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만 성과급제 폐지를 공약했다).
광범한 불만
그러나 차등률만 찔끔 조정해서는 현장 교사들의 불만을 달랠 수 없다.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 조사(3만 3132명 참가)에 따르면, 90.9퍼센트가 전교조가 추진하는 차등성과급 균등분배에 참가하겠다고 응답했다.(참가자 중 전교조 조합원이 31.6퍼센트, 한국교총 회원이 20.2퍼센트, 가입한 교원단체가 없는 경우가 46.5퍼센트, 기타 단체 소속이 1.8퍼센트였다.)
성과급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매우 광범함을 보여 준다. 이미 지난해에도 성과급 균등분배에 전년보다 많은 최소 8만 7085명이 참가했다.(성과급제 폐지 서명에는 10만 4000여 명이 참가했다.) 전교조 조합원 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가 징계와 금전적 불이익을 들이대며 협박하는 상황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많은 교사들이 균등분배에 참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전교조는 올해 균등분배에 참가한 교사 가운데 1만여 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교사들이 균등분배와 명단 공개에 참가해 성과급 차등지급을 무력화하고, 정부에 성과급제 폐지를 압박해야 한다.(학교별·지역적으로 존재하는 전교조 조직력의 불균등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향후에 전국적 균등분배를 조직하는 것이 이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교원성과급제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성과급제는 정부가 교사를 경쟁시키고 통제하는, 그래서 전교조를 약화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면 교사들의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2012년 미국 시카고 교사들은 9일간 파업을 벌여 호봉제를 지켜내고 교원평가제와 성과급제를 막아냈다. 또, 최근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교사들은 20일가량 전면파업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
전교조의 좌파들은 기층 조합원들의 투지를 고무해 장차 대중 투쟁이 일어날 초석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