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비정규직:
외주·자회사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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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사측이 여전히 9000명이 넘는 비정규직 중 고작 1432명만 직접 고용하겠다는 태도다. 나머지 상당수는 자회사로 전환하고, 기존 자회사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사측은 ‘생명안전 업무’를 극히 협소하게 규정한 채 그것만 직접 고용 대상이라고 우긴다. 그러나 철도 업무들은 모두 열차 운행 과정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일부만 떼어 내 생명안전 업무라고 규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지금도 상당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철도공사 사장 오영식은 5월 초에 “비정규직을 최대한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내놓은 안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특히 공기업의 자회사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고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자회사 고용을 통해 추진하도록 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대폭 줄이려면 자회사와 외주화를 없애 비정규직이 계속 생겨나는 입구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자회사 확대 정책은 그 입구를 온존시키는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의 맹점이다.
더구나 외주화와 자회사 설립은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안전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려면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역에서 한 달 넘게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철도 역무, 콜센터와 차량 정비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직접 고용, 외주 업무 환원을 요구한다.
KTX승무지부도 5월 24일부터 서부역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해고자 복직을 거부하는 사측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의 태도에 크게 분개하고 있다.
“역무원들은 승객의 온갖 문의부터 스크린도어 고장, 예상치 못한 각종 사고 등에 다 대처해야 한다. 하루에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수만 명에 이른다. 일선에서 승객을 응대하는 역무 업무가 생명안전 업무와 무관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철도공사가 차량 정비 중 누구는 직접 고용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된다. 현장 업무는 사측이 제시한 기준대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동안 이 업무들은 중요하지 않아서 외주화되거나 자회사에 위탁된 것이 아니다. 철도공사는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늘려 왔다. 그 결과 김대중 정부 초기 때 4만 명이던 철도 노동자가 지금은 정규직이 2만 6000명으로 줄었다(비정규직은 9000여 명). 철도 노선과 열차 운행이 대폭 늘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철도 안전과 공공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과 정규직 조건 방어 투쟁을 결합해야
철도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철도공사에게 철도 본연 업무를 하는 5000여 명을 직접 고용(정규직 6급)하라고 올바르게 요구해 왔다. 정부가 제시하는 전환 방식이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인 것과 달리 말이다.
사측이 자회사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강경하게 거부하자 철도노조는 적어도 3500명은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KTX승무 업무(코레일관광개발)와 역무 업무(코레일네트웍스) 등은 포함하고 있지만, 콜센터 등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일부 부문의 포함 여부가 불분명한 것은 아쉽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철도노조가 최대한 많은 비정규직이 직접 고용 대상에 포함되도록 요구해 주길 바라고 있다. 그래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전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설사 이번에 요구를 전부 성취하지 못해도 투쟁을 지속해 가는 데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규모와 조건 개선 모두에서 온전한 정규직화가 되도록 말이다.
철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직접 고용 규모를 늘리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외주화된 업무를 최대한 철도공사 업무로 환원하고 외주화 확대 압박을 줄이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를 막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려 하면서 사실상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이 때문에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이 하락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한다.
그래서 철도노조 중집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정규직이 임금과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규직의 조건을 방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노조가 기존 정규직과 차별을 두는 정규직 전환 방안(임금과 승진 차별)을 내놓으려 한다면 노동자들의 단결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건 악화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노조 집행부가 불가피하지 않은 후퇴와 타협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근속승진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복지 삭감 등)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를 만회하려는 투쟁에 적극 나서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지지해야 한다. 투쟁 속에서 조건 개선의 자신감을 가질 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규직의 지지도 더 확대될 수 있다.
정규직의 조건 개선과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 전환 투쟁을 결합해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