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라클의 고객사인 대기업에서 최근까지 IT 관련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고 연관된 업무를 해 온 노동자입니다.
공공기관 및 대기업 대부분은 IT 전담조직이 있고, 매년 IT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삼성, LG 등 대기업이 IT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오라클, IBM, 메타넷 등 IT 기업에 제안 요청서를 보내 경쟁 입찰로 계약합니다. 비용부담 때문에 당연히 최소 인력만 투입하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정해진 계약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합니다.
또, 대부분 고객사의 추가 요구사항이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사측은 대부분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인력 추가 없이 기존 엔지니어들이 해결하게 합니다.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입니다. 납기를 맞추는 것도 빠듯한 데다 추가 업무까지 발생하면 당연히 노동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사에서 일하는 저는, 밤샘작업을 한 뒤 핏기없이 퀭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엔지니어들을 마주할 때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납기가 다가올수록 그 강도는 더욱 심해집니다. 혹시 모를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하므로, 마지막 테스트 기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객사도 갈수록 압박의 강도를 높입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고객사나 수행사 양쪽 노동자들 모두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노동조건도 문제지만, 임금수준도 문제입니다. IT 컨설팅이나 프로젝트는 보통 고객사가 수행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주당 4000~8000만 원 정도입니다. 이 돈은 누구에게 간 것입니까? 장시간 노동에도 10년째 임금이 동결된 상태이고,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꼼수를 부려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시스템·IT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고 있고, IT 노동자들의 역할도 같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회계·정산·자동화 시스템 어디 하나 문제가 생기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난리가 납니다. 이것이 IT 노동자들의 힘입니다. 이 힘을 보여 주고 있는 오라클 노동자들의 파업을 적극 지지하며, 이번 파업이 꼭 승리해서 다른 IT 노동자들에게도 확산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