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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초조함 드러내기 시작한 오라클 사측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이 5월 16일부터 단호하게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투쟁은 글로벌 IT 대기업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깨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오라클 사측이 파업에 초조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월 30일 아셈타워 앞 오라클 파업 집회 ⓒ안형우

노동자들은 10년 임금 동결, 주 110시간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 성과연봉제, 산업 구조 변동에 따른 퇴사 압박에 고통 받아 왔다. 지난해만 200명이 퇴사했다. 아무도 모르게 동료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분노해 노조를 결성했다.

파업 와중에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오라클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사측이 김앤장에 내는 돈만 노동자들에게 돌려도 1인당 2000만 원씩 연봉을 올려 줄 수 있다.

한국오라클은 탈세 혐의로 3000억 원 추징 조치를 받고 소송중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6월 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IT 노동자들이 뭉쳐서 싸울 힘이 있음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249호 ‘나쁜 노동조건 반대, 8일째 파업 중인 한국오라클 IT 노동자들’을 보시오.)

기업의 IT 인프라가 마비되면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예컨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이윤에 타격이 클 것이다. 은행이나 공공기관, 통신사의 IT 인프라에 장애가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힘 때문에 최근 사측이 노조에 대화를 제의했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매출에 타격이 심하다”, “고객 서비스 부서가 망하게 생겼다”, “고객사와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하고 말했다. 과장된 협박이지만,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너무나 정당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노조가 “기술직 노동자들(엔지니어)이 엄청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임금 체불이기도 하다” 하고 항의하자, 사측은 “위반이 맞다”고 인정했다! 법 위반 사실을 인정받는 데조차 투쟁이 필요했던 것이다.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물론 사측은 파렴치하게도 “파업 중이기 때문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파업하지 않았다면 요구를 들어줄 생각도 없었던 자들이 말이다.

사측의 의도는 파업으로 뭉쳐 있는 노동자들을 흐트러뜨려 제압하겠다는 뜻이다. 집회에서 김철수 한국오라클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파업을 풀고 숙이고 들어가서 교섭하지 않겠다. 파업하는 상황에서 교섭에 들어갈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난 5월 11일 승리를 거둔 탠디 수제화 노동자들도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하고 본사 점거를 유지해 결국 임금 인상과 노조원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따냈다.

따라서 사측이 초조함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금, 파업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오라클 노동자들이 첫 파업임에도 상당한 투지를 발휘하며 3주째 파업을 이어 가는 지금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노동조합은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민주노총과 사무금융연맹 등의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이번 파업이 승리한다면, 더 많은 IT 노동자들이 용기를 얻고 투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연대가 더 많이 조직돼야 한다 5월 30일 아셈타워 앞 오라클 파업 집회 ⓒ안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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