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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환영 집회 취재:
난민 환영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음을 보이다

"예멘 난민은 들어오고, 인종차별은 나가라!" ⓒ이미진

6월 30일 저녁 8시 광화문 사거리 동화면세점 부근에서는 사실상 난민 추방을 요구하는 집회와 이에 맞서 난민을 환영하자는 집회가 열렸다. 앞서 7시에는 광화문광장 남단에서 진보적 개신교인들이 주도한 ‘난민 환대를 위한 촛불 기도회’도 열렸다.

‘불법난민신청 외국인대책 국민연대’(이하 난대연)가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최한 집회에는 400명가량 모였다. 주최측은 ‘국민이 먼저다’라는 포퓰리즘 구호를 내걸고 ‘가짜 난민’들이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며 인종차별적 강경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주최측은 법무부의 낮은 난민 인정률(약 4퍼센트)을 근거로 나머지는 죄다 ‘가짜 난민’이고 한국 사회에서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정부의 문제점은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난민 인정률이 세계적으로 봐도 너무 낮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 수치를 근거로 난민 신청자를 대부분이 ‘가짜’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전인수 격 왜곡일 뿐이다.

또한 주최측이 연단에 올린 발언자 한 명은 ‘이슬람이 우리 사회에 동화될 수 있다는 것은 순전한 이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했는데 ‘특정 종교’ 혐오가 아니라던 주최측의 사전 설명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준비, 주장, 진행 등 집회 전반에서 우파적 의도를 가진 조직이 깊숙이 개입했고 잘 조직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집회 운영 실무자들도 십수 명이 됐는데, 다들 일사불란하게 무대차량, 본부용 천막들, 수십 개의 좌석, 팻말 배포 등을 운용했다.

같은 시간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난민 환영 집회(‘난민반대 반대집회’)가 열렸다.

난민 환영 집회 참가자들 "가짜 난민은 없다", "난민을 환영한다"는 주최측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미진

난대연 집회와 달리 전날에야 언론에 소개됐지만,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150명까지 모였다. 당초 주최측은 50명 정도 예상한다고 했지만 이를 훌쩍 넘은 것이다. 근처에서 먼저 열린 ‘난민 환대 촛불 기도회’에도 40명가량이 참석했었다.

두 집회의 참가자들 모두 난민 반대가 ‘국민의 뜻’인양 일방적으로 주장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보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난민 환영 집회는 자유발언 중심으로 진행이 됐다. 주최측은 발언 신청이 많아서 중간에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초기 국면에 흔히 보던 광경이었다.

자유발언에서 한 청년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고민한다면서, 최근 헌재의 위헌 판결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외국에 난민 신청을 했을 수 있다며 난민은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2013년 프랑스는 병역 거부로 인한 수감을 피하려는 한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바 있다.)

서한솔 노동자연대 회원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러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무슬림 난민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몰아 세우는 비난이 횡행하는 가운데 20대 여성이 무슬림·난민 혐오에 맞서자고 힘있게 주장하는 모습은 집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주공동행동 임준형 공동소집권자는 낮에 있던 노동자대회에서 혐오 선동 반박 리플릿을 배포한 경험을 전했다. 노동자들은 리플릿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먼저 와서 달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난민 반대 주장을 일방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아니니 자신감을 가지자고 강조했다.

또한 난민 반대 주장이 부상하면 이주민, 성소수자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한 트랜스젠더 단체도 이 집회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난민을 방어하는 것은 이 땅의 이주민을 방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난민 환영 집회에 참가한 이주민 ⓒ김도균('난민 반대 반대 집회' 페이스북)
난민을 방어하는 것은 성소수자를 방어하는 데서 중요하다는 의미로 무지개 깃발을 준비해 온 참가자 ⓒ정강석

한편, 노동당은 집회 장소에 난민 환영 현수막을 걸고, 집회 후반 음향 장비에 문제가 생긴 주최측 요청에 응해 무대차량을 제공하는 등 힘을 보탰다.

집회 말미에는 주최측 ‘벽돌’의 청년들이 연단에 올라 성명서를 읽었다. “어째서 예멘 난민들에게 ‘진짜’니 ‘가짜’니 하는 수사가 붙고, 난민 수용 반대 청원에 50만에 가까운 서명이 모이고, 무슬림에 대한 근거없는 차별 선동과 인종차별이 끊이지 않는가. 우리는 배외주의와 인종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예멘 난민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29일 법무부는 ‘가짜 난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권칠승도 난민제도 악용을 근절해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먼저 국민을 위한다는 포퓰리즘을 앞세워 조직적으로 난민에 대한 불안감을 퍼뜨리고 정부를 압박하면,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이 마지못한 듯 그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정부가 우익의 편을 들면, 편견은 더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난민을 방어하는 캠페인과 활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난민 환영 집회를 주최한 청년들은 인종차별 반대와 정부의 난민 지원을 촉구했다 ⓒ김종환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난민 환대를 위한 기도회에도 주최측 예상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이 참석해 비를 피하려고 준비한 천막이 비좁았다 ⓒ김문성
같은 날 낮에 노동자대회에서 진행된 "제주 예멘 난민 후원 모금"을 지지하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 제공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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