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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도장부 투쟁:
단호하게 싸워 임금 삭감, 외주화에 제동을 걸다

기아차 도장·프라스틱 노동자들이 나흘간의 단호한 현장 파업으로 임금 삭감, 외주화 시도를 막아 냈다.

기아차 사측은 주 52시간제 시행을 빌미로, 도장·프라스틱 등 시차제 노동(휴식시간·점심시간 등 쉬는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나 초과근무(로봇·설비 점검이나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일부 부서에서 공격을 단행했다. (관련기사: ‘주 52시간제 시행 빌미로 한 임금 삭감 시도에 맞서 - 기아차 도장부 노동자들이 화성 공장 생산을 마비시키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즉각 이에 저항했다. 도장 2부 노동자들은 작업을 거부하며 사실상 현장 파업을 벌였고, 도장 3부와 프라스틱부 노동자들은 태업을 했다. 이로 인해 화성 공장 전체 가동률이 2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특히 인기 차종인 쏘렌토와 니로, K3 생산이 나흘간 전면 중단됐다.

당황한 사측은 고소고발, ‘무노동 무임금’을 협박하며 관리자들을 동원해 수 차례 대체인력 투입과 라인 가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과 대의원들의 제지로 번번이 무산됐다.

사측은 “도장부만을 위한 이기적인 투쟁”이라고 비난하며 투쟁을 고립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이 또한 먹히지 않았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 참에 회사를 혼 내 주면 좋겠다”고 여겼다. 도장·프라스틱 투쟁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다급해진 사측은 7월 4일 그룹 본사에서 재무경영 본부장까지 화성 공장에 급파했다. 그리고 7월 29일까지 임금 삭감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주 52시간제 시행 관련 협의를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런데 야비하게도 사측은 파업으로 생산에 타격을 주던 도장 2부에 대해서만 그렇게 하겠다고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다음날 오전 도장 3부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태업을 현장 파업으로 전환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K5와 K7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마침내 사측은 7월 5일 임금 삭감과 외주화 중단 방침을 도장·프라스틱 부서 전체에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1라운드 투쟁에서 통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불만

이번에 사측이 도장부 투쟁을 고립시키려고 한 비난이 먹히지 않았던 것은 켜켜이 쌓여 온 불만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은 도장·프라스틱 투쟁을 남의 일로만 여기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 수년간 성과급 삭감, 신입사원 이중임금제 확대, 통상임금 미지급, 특근·잔업 일방 폐지로 인한 임금 삭감, 안전사고 대응 고소고발, 비정규직 정규직화 외면, 식당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삭감 공격, 신규채용 시 공정 축소, 외주화 등을 밀어붙였다. 이런 공격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임금이 하락하거나 정체해 왔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사내유보금은 2015년 112조 원에서 2018년 138조 원으로 증가했다. 주주 배당도 지속적으로 늘려 이익을 극대화 했다. 현금 배당을 늘리려고 올해에만 주식 854만 주, 약 9600억 원어치를 소각하기도 했다.

기아차지부와 화성지회 집행부는 이번에 도장·프라스틱 노동자들의 압력에 밀려 투쟁을 엄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말만 그랬을 뿐 실제 투쟁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집행부가 이번 투쟁의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집행부는 얼마 전 엔진 1부 가공 부품과 니로 전기차 범퍼 부문에서 외주화에 합의해 현장 조합원들의 원성을 산 바도 있다. (현 집행부는 좌파를 자처했던 전임 김성락 집행부의 배신에 반사이익을 얻어 당선한 우파 집행부다)

그럼에도 도장·프라스틱 노동자들은 우파 집행부 하에서도 단호하게 싸워 사측의 공격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과제

물론 임금 삭감과 외주화 시도가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다. 7월 27일까지의 협상에서 공격이 재개될 수도 있다. 사측은 최근의 경제 위기 심화와 첨예해진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더한층 쥐어짜려 한다. 사측은 올해 임금 교섭에서도 임금 동결 등 인건비 줄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따라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다시금 투쟁에 나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노동시간 단축 투쟁에서는 임금, 노동강도, 외주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사측은 어떻게든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노동자들에게 잘못된 선택을 강요하곤 해 왔다. 이 속에서 노동조합도 충분한 정규직 인력 충원 대신 추가 수당을 받는 대가로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외주화를 수용하는 등의 일이 빚어지곤 했다.

그러나 인원충원 대신 추가 수당으로 보상받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임금을 벌충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 노동조건 개선에 부정적이고 사측의 추가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또 외주화를 수용하는 것은 정규직 일자리를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이 압박을 받는 효과를 낸다.

현장 활동가들은 단호하게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등 노동유연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사측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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