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25만 명이 트럼프 반대 시위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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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의 영국 방문에 반대하는 수만 명이 런던 중심지 트라팔가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광장에서 흘러넘친 사람들은 다섯 방향으로 뻗은 도로까지 모두 메웠다.
‘모두 함께 트럼프 반대’ 주최 측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안전을 위해 행진을 30분 앞당겨 시작해야만 했다. 주최 측은 총 25만 명이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평일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고, 그만큼 트럼프를 증오하고 그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줬다.
런던뿐 아니라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졌는데,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 이래 최대 시위”가 벌어진 곳도 있었다.
트럼프는 영국에 도착한 뒤 평범한 사람들을 최대한 맞닥뜨리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마치 영국 보수당이 지난 선거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트럼프는 이번 방문으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길 바랐지만 실제로는 그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트럼프 방문이 위기 탈출의 기회가 되길 바랐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역겹게 생각하는 트럼프와의 친분을 과시한 것은 역효과를 냈다.
트럼프는 현실을 최대한 외면하며 갑부 기업가들과 자신에게 애교 떠는 보수당 정치인들의 무리들만 만나고 다녔다.
이번 트럼프 반대 시위의 규모가 엄청났고 이 사실은 인종차별, 여성차별,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크게 고무했다. 그동안 “시위에 나서지 말고 코빈이 집권하길 기다리자”는 태도가 만연했지만 이번 시위는 그 패턴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올해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지키기 위한 시위나 영국노총 시위는 지난해보다 작았지만 이번 트럼프 반대 시위만큼은 규모가 정말 대단했다.
이런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 인종차별, 여성차별, 긴축 정책, 기후변화, 전쟁, 팔레스타인 등에 관해서 더 많이 나서야 한다.
또, 이번 시위는 극우에 맞서는 대중운동이 더 커질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 지금 극우는 트럼프를 아이돌처럼 떠받들고 트럼프처럼 인종차별을 퍼뜨리고 심지어 그 이상으로까지 나아가려 한다.
14일 토요일에는 중요한 다른 시위가 예정돼 있다. 파시스트 토미 로빈슨 지지자들이 벌이는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야 한다.
참가자들의 목소리
영국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우리는 여성혐오와 인종차별, 증오로 분열되지 않은 세계에 살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가 한 데 모인 것은 전쟁 대신에 평화가 세계에 깃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전쟁의 피해자인 난민들이 더는 비난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외국인 혐오로 분열하면 모두 패배할 것입니다. 그러나 같은 목적을 위해 단결한다면 승리할 것입니다.”
간낫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제가 무슬림일 뿐 아니라, 트럼프가 이주민과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이지 역겹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같은 자가 대통령직에 있다니, 나머지 관료들에게 우리가 무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있는 것은 모든 이에게 나쁜 본보기만 될 뿐입니다.”
스티븐 (교사 노동자)
“저는 트럼프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퇴근 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집에서 그를 욕할 수도 있지만 거리에 나와서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트럼프의 인종차별과 각종 편견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하는 짓들은 단지 미국뿐 아니라 이곳 영국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루비
“저는 학생 때 시위에 나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은 저의 세대가 그동안 투쟁으로 쟁취했던 권리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이 별문제 아닌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싸웠던 것을 제 딸 세대가 다시금 싸워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돼 나왔습니다.”
벤
“저는 43세인데 태어나서 처음 시위에 참여합니다.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국 총리가 트럼프를 초대하다니, 이건 마치 저 개인을 욕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에 반대하지만 영국의 정책도 봐야 합니다. 트럼프 정책과 비슷한 정책은 이곳 영국에서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난민을 무제한적으로 수용소에 가둘 수 있는 유럽 내 유일한 나라입니다. 영국 정부는 [영국을 유럽과 잇는] 프랑스 깔레에 장벽도 세우고 있습니다.”
클레어
“기후변화가 갈수록 악영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번지는 들불을 보십시오. 저는 우리 정부가 트럼프를 뒤따라 기후변화를 부정하지 않도록 하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이먼
“저는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합니다. 저 같은 사람은 특히 더 힘듭니다. 한눈에 봐도 무슬림이고, 여성이고, 이것저것 모든 이유로 말입니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우리는 지금 거리에서 ‘우리는 끝내 모였다!’ 하고 외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소셜리스트 워커〉의 취재기사들을 편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