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학부모·교사들의 청원: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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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적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같은 학교의 학생·교사·학부모들이 그의 난민 인정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들은 난민 수용 반대가 결코 ‘국민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의 친구 한 명이 난민 인정을 요청하며 7월 11일에 올린 국민 청원은 17일 오전 현재 3만 명이 이름을 올렸다.(기사 하단에 해당 청원 웹페이지 링크가 있다.)
같은 중학교 전교회장을 맡은 학생은 학교를 돌며 청원 동참을 호소하고, 방송반은 ‘청와대 청원 링크를 퍼날라 20만을 넘기자’고 광고하고, 친구들은 SNS와 문자 등으로 청원 동참 호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당 학교의 전교조 조합원인 한 교사는 난민인권센터에 문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난민 지위 재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란 학생에게 알려 줬다. 전교조는 위원장과 수석부원장 명의로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도 시작했다. 3년간의 소송으로 이란 학생의 아버지가 빚 1000만 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민을 비방하는 사람들은 난민 신청자들이 엄청난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호도하지만, 실제로는 난민 인정을 위한 소송조차 빚으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이란 학생과 같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조만간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30~40명 규모의 팻말 시위를 벌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동참할 예정이다.
이 청소년의 사례는 한국이 난민 인정에 얼마나 인색한지도 보여 준다. 한국에서 개종한 해당 학생과 그 아버지는 이란에서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2015년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당국은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업, 대학 진학에 부당한 차별을 당할 수 있고, 이를 피하려 스스로 종교를 숨기는 게 부당한 사회적 제약은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전도하거나 이란 당국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 된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거부했다. 종교를 감추고 살라고 종용하는 셈이다.
이란 학생은 현재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겼고, 아버지의 난민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끝나는 9월까지만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도 패소할 경우 둘 다 출국해야 한다.
청원을 올린 같은 학교 학생은 “저희 반 아이들은 모두 분개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고 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 제 친구 하나를 품어줄 수 없는 것인지” 하고 물었다.
정부는 이란 학생과 그의 아버지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거부하는 관행도 중단해야 한다.
이란 학생의 난민 인정을 위한 활동에 지지와 연대를 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