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 파업:
낮은 임금과 처우에 맞서 파업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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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가 파업 6일차에 접어든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파업 현장을 찾아가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병원분회)이 7월 25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앞서 치러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노동자들은 92.4퍼센트가 투표에 참여해 98.3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 설립 이후 반년 만에 투쟁에 나섰다. 대구가톨릭대병원 38년 역사상 첫 파업이다. 그간 쌓인 불만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 20퍼센트 인상, 주5일제 시행, 시차근무 폐지, 불법파견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7월 30일 파업 6일째를 맞이한 파업 농성장에는 노동자 5백여 명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하고 있었다. 농성장에 도착하자마자 만삭인 임산부 조합원들이 눈에 띄었다. 놀랍게도 병원 측은 임산부들에게도 야간 노동을 시켰다고 한다.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그간 쌓인 불만을 털어놨다.
“여기는 대구의 대학병원 중 임금이 가장 낮습니다. 저는 처음 입사했을 때 받은 기본급이 110만 원이었어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거죠. 반면, 다른 대학병원에 입사한 친구는 150만 원을 받았어요.”
“병원은 근속 연수가 늘면 임금을 아주 조금 올려줬지만, 근속이 늘어나는 만큼 내야 하는 사학연금 분담금도 늘어 임금 인상은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해요. 제가 입사 첫해에 받은 월급과 입사 10년 차 선배의 월급 차이가 20만 원밖에 안 났어요.”
“늘 30분에서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은 시간외수당을 안 줬어요.”
외래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시차근무’ 때문에 매우 불규칙하게 근무해야 했다. 병원 측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해 일을 시킨 것이다.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시간 일찍 퇴근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남은 한 시간은 다른 날에 연장 근무를 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일하면 연장근무 수당도 안 줍니다. 출근하다가 나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고 집에 가는 일도 있어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연근무제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백억 원을 빼돌리면서 우리 줄 돈은 없답니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도 모자랐는지 병원 측은 불법으로 비정규직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비용을 더욱 절감하려 했다. 2017년 대구노동청이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병원 측은 이조차 무시하고 있다.
병원 개선을 위한 일부 비용도 노동자들의 강제 ‘기부금’으로 메워졌다고 한다. 한 노동자는 병원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나무 장식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저 나뭇잎들은 모두 우리 월급이에요.”
이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짜 병원은 큰 이윤을 얻었다. 2015년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흑자 171억 원을 기록해 지역 상급종합병원 16개 중 수익 1위를 차지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재단인 선목학원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비리를 저질렀다고 한다. 언론 보도와 대구지역 진보 단체들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570억 원이 재단 전입금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이 중 260억 원을 불법적으로 재단의 법정부담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이렇게 엉뚱한 데 돈을 쓰면서 우리 임금 올릴 돈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 덕분에 막대한 이윤을 챙겨온 병원 측은 노동자들을 천대했다.
“노동자들을 위한 직원 식당도 없어요. 반면, 의대 교수들을 위한 전용 식당은 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죠?”
“얼마 전 의사들의 월급은 우리 모르게 44퍼센트나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임금은 인상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병원 측이 노동자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한 것이 폭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젊은 여성 간호사는 울분을 토했다.
“출퇴근 전후로 연습하고 쉬는 날도 연습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상을 타도 공지된 상금은 안 주고 고작 상품권이나 줍니다. 게다가 무대 의상도 제 돈으로 대여하고 세탁하고 반납했어요.”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착취와 차별에 맞선 정당한 저항이다.
노동조건과 의료 서비스 모두를 위한 파업
파업으로 분노의 분출구가 열리자 노동자들의 사기도 오르고 있다. 파업 이후 조합원이 늘었고,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됐지만 파업 대열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측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일부 환자들에 대한 퇴원 조처가 파업 때문이라며 노동자들과 환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이야말로 환자들은 안중에도 없이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부서장들 ‘라인’을 따라 아부하는 직원들만 승진하고, 정작 그러느라 환자 돌보기에 소홀해지는 데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요. 시간외근무 인정해 달라고 하면 환자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지금 퇴근하래요. 가톨릭 재단이라고 겉으로는 생명 존중을 내세워도 이런 걸 보면 도무지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에는 관심이 없는 거죠.”
노동자들은 이런 재단 측의 위선과 권위적인 태도에 치를 떨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한, 진정 생명을 살리는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