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 파업:
굳건한 파업에 지지와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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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노동자들이 2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 수준의 폭염 속에서도 파업 대오는 단단히 유지되고 있다. 병원은 필수유지업무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 새로운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파업 이전 750여 명이던 입원 환자도 300명 수준으로 줄었고, 병원 측은 하루 4억 원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저임금으로 고통받던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자 병원 측의 투자 우선순위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드러나고 있다.
“우리 임금은 올리지 않으면서 건물 리모델링과 장비에는 투자합니다. 사람보다 건물, 장비 투자가 우선인 겁니다.”(송명희 분회장)
노동자들이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가자 연대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여러 노조들이 파업 현장을 찾아와 노동자들에게 힘을 줬다.
8월 3일 노동자연대 회원들의 지지 방문도 큰 환영을 받았다. 부산, 울산, 대구에서 찾아온 노동자연대 회원 10여 명은 (회원)모금으로 마련한 농성 물품을 전달했다.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부문을 뛰어넘어 연대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조합원들은 진심에서 우러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파업을 하니까 전국에서 힘을 보내 줬어요. 연대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연대해 주니 힘이 났고, 이런 게 노동자의 힘이란 걸 알았습니다.”
8월 6일에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병원 앞마당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파업 조합원 500여 명과 전국 각지에서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노동조합과 노동단체 회원 100여 명이 참가했다.
가톨릭 재단의 위선을 꼬집는 발언이 연단에서 나올 때마다 수백 명의 여성 조합원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병원은 체육대회, 각종 행사 때마다 반 강제로 참여시키면서 병원을 위해 단결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정말로 단결하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줍시다. 우리가 이 병원의 주인입니다.”
병원 측은 조금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온갖 꼼수로 파업 대오를 흔들려 애쓰고 있다.
애당초 임금을 4퍼센트 이상은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던(노조 요구는 20퍼센트) 병원 측은 파업 돌입을 전후로 5.5퍼센트 인상안을 내놨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년 연말에 지급하던 특별상여금 120만 원을 매달 나눠 지급하는 방안이(기본급 대비 약 4퍼센트) 포함돼 있었다.
특별상여금은 지난해 9월 교육부 감사에서 기본급화하라고 지적받은 것이다. 병원 측은 개선안을 내놓은 척하면서 실제로는 1.5퍼센트 인상안으로 노동자들을 속이려 한 것이다.
파업이 계속되자 며칠 뒤 병원 측은 “원래 특별상여금은 따로 지급하려 했다”며 5.5퍼센트를 온전히 인상하겠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 만족할 수 없어 보인다. 8월 6일 집회에서도 한 발언자가 실수로 “임금 13.5퍼센트 인상”이라고 말하자, 대열 속 젊은 여성 조합원 수십 명이 두 손가락을 들면서 “20퍼센트에요!” 하고 즉각 바로잡았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많은 젊은 간호사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우리는 이번 파업에서 승리 아니면 사직입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분회는 앞으로 병원 바깥으로도 나가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는 가톨릭 재단에 적지 않은 압력이 될 것이다.
폭염 속에 휴가도 잊고 굳건히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병원 노동자들이 말한다 — 우리는 왜 파업에 나섰나?
“아파서 진단서를 들고 가면 수간호사가 한숨부터 쉽니다.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진다고 해요. 심지어 유산된 사람한테도 막말을 해요. 마치 아픈 게 죄인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저는 입사 전 대학생 때 세례를 받았고, 가톨릭 병원에 오면 다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성직자가 아니라 직장 상사였습니다.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승진하려면 가톨릭 신자가 돼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연줄이 없으면 안 됩니다. 주말에도 나와서 종교 활동을 해야 돼요. 종교의 자유가 없는 거죠.(송명희 분회장)
“우리는 인력 충원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낮보다 밤에는 할 일이 적다며 인원 배치를 적게 해요. 하지만 밤 업무도 매우 많습니다. 게다가 병원 측은 우리가 일을 더 열심히 해서 환자가 늘어야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문화분과장)
“파업 전에는 뉴스를 봐도 ‘왜 파업을 할까’ 싶었어요. 하지만 파업을 해 보니 노동의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한 정당한 일이란 걸 알게 됐어요.”(20대 간호사)
“파업 전후 가장 달라진 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부서장 눈치 보며 살았다면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8년차 세탁실 노동자)
“늘 부당함을 당해도 혼자 앓다가 끝났는데, 이렇게 한마음이 되니까 좋아요. 이제 참지 않고 함께 싸울 수 있어요.”(20대 간호사)
“병원 측은 항상 ‘사랑, 봉사,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왜 병원은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그러지 않죠?”
“나이트 근무를 아침 8시에 마치고 쉬고 싶어도, 오후 1시에 있는 산행이나 4시 회식이 잡히면 반드시 가야 돼요.”(20대 간호사)
“병원 측은 분만휴직 3개월만 임금을 지급하고, 육아휴직은 지급하지 않아요. 그래도 1년을 쉬려고 하면 병원 측이 ‘한두 달 빨리 복귀하면 원래 일하던 곳으로 복귀시키겠다’고 합니다. 1년 다 채우면 더 힘든 데로 보낸다면서요. 그래서 빨리 복귀하는 경우가 많아요.”(30대 간호사)
“시간외수당을 신청하려고 하면 ‘너희들이 일을 못해서 더 일해 놓고 왜 신청하냐’고 구박합니다.” (20대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