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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판]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 발부:
이중잣대를 드러내는 경찰의 ‘몰카’ 범죄 수사

8월 8일, 경찰이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을 5월에 발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편파 수사 논란이 다시 크게 불거지고 있다.

워마드는 물론, 불법촬영 등에 항의해 대중 집회를 이끈 ‘불편한 용기’가 즉각 반발했다. 여성단체연합 등 주류 여성단체들도 경찰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이 워마드 운영자의 체포영장을 신청한 사유는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해 2월 남자 목욕탕 불법촬영 사진 유포 사건을 수사하다가 워마드 운영자의 신원을 확인해 5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한다.

남성 대상 몰카 범죄도 마찬가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범죄 연루자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듯이, 지금 경찰의 행보가 공언한 것처럼 ‘공정’한가?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몰카’ 촬영자뿐 아니라 소라넷 등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들의 운영자나 웹하드 업체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경찰은 ‘해외 서버라 단속이 어렵다,’ ‘수사해도 실익이 없다’ 등 핑계를 대며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웹하드 업체 등 인터넷 사업자가 여성 대상 불법촬영물 게시로 수십·수백억 원씩 수익을 벌어도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때조차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특히, 여성 대상 불법촬영물 등의 음란물이나 여성 개인의 신상을 공개해 모욕하는 류의 게시물들이 대거 유통되는 일베 사이트의 운영자는 한 번도 이번과 같은 혐의로 수사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이처럼 경찰이 여성 대상 성범죄 수사에는 미온적이었으면서, 워마드만 인터폴 적색 수배 운운하는 자극적 언사를 하며 협박성으로 나오는 것에 여성들이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 경찰의 워마드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청와대 청원에 이틀 만에 7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참했다.

사실 신임 경찰청장 민갑룡은 7월 30일 취임하면서 여성 대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성폭력과 불법촬영 근절을 약속했다. 여성 경찰을 확대하고 각 지방청에 여성 대상 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여성학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를 충원해 ‘성평등한’ 경찰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말만 그렇게 해 놓고 정작 여성 대상 성범죄로 돈을 버는 범죄자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경찰의 성평등 약속은 위선일 뿐이다.

일베 등과 비교해 편파 수사 논란이 일자, 경찰은 일베는 그 서버가 한국에 있고 운영자가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일베 운영자는 경찰이 요청하면 문제 게시물을 삭제하고 게시자 인적 사항도 보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줍잖은 변명에 불과하다. 여성 신체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영상·사진이 무수히 게시되는 사이트의 관리자를 한 번도 방조 혐의로 수사하지 않은 것 자체가 성범죄 방조다. 워마드의 게시물 방조보다 경찰의 성범죄 방조가 진짜로 더 큰 문제 아닌가?

공범

일베는 성범죄 게시물뿐 아니라 온갖 악성 게시물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사이트다. 그럼에도 일베 운영자가 한 번도 제대로 수사받지 않은 것은 이 사이트가 극우 성향이라 국정원 등이 비호해 줬기 때문이다.

일베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정원 등의 후원을 받아 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3년에 국정원이 안보특강에 일베 회원들을 초청한 사실이 〈한겨레〉에 포착된 적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수사에서는, 일베가 주도한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 앞 폭식 시위(2014년)가 국정원과 전경련의 후원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그러니 여성 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한 워마드와 일베를 동류로 취급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편파 수사가 아니라는 경찰의 해명을 믿기 힘든 이유다.

편파 수사 논란이 일자 경찰은 13일 ‘사이버 성폭력범죄 특별수사단’을 출범시키고 100일간의 집중 단속 계획을 밝혔다. “불법 촬영부터 촬영물 게시·유포·거래 등 유통 플랫폼, 디지털 장의사 등을 낀 유통 카르텔까지 일망타진하는 수사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발표와 반짝 단속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온 적이 있는 만큼 경찰의 단속 활동을 통해 '불법촬영 카르텔'이 뿌리뽑힐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역사적으로 경찰은 부자와 권력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앞장섰고 ‘민주, 민생, 인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경찰의 이런 본질은 바뀔 수 없다. 여성들이 스스로 싸워야 하는 이유다.

8월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취임 이후 최저치인 58퍼센트로 나타났다. 80퍼센트에 이르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폭락한 것이다.

문재인이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내팽개친 것이 한 요인이지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어서 여성들의 실망을 산 것도 지지율 폭락에 작용했다.

연인원 17만여 명이 모여 여성 대상 불법 촬영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을 규탄했는데도 경찰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 심지어 워마드 수사를 이유로 여성들의 운동을 위축시키려 든다면 여성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