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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선선해졌지만 지난 7~8월 폭염은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말이지 기후변화의 위협이 어떤 것일지 얼핏 보여 줬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일부 사람들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 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를 걱정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일부는 아예 누진제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마도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가 전기 사용량을 늘려 오히려 기후변화를 가속할 뿐이라고 여긴 듯하다.

그러나 첫째,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가 전기 사용량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에는 별 근거가 없다.

현행 누진제는 오로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전체의 13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 비율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줄었다. 누진제가 증가세를 억누른 것이 아닌가 하고 물을 수도 있지만, 누진제가 완화된 2016년 이후에도 감소세는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의 실질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이 결코 무시할 만한 액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염에도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반면,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크게 증가하고 있)는 산업(55.8퍼센트)과 상업(24.6퍼센트)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분야 전기 사용료에는 할인 제도가 적용되는데, 그 할인액만 해도 주택용 전기요금 전체와 맞먹는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처럼 기업주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구실을 해 왔을 뿐이다. 산업과 상업에 전기요금 할인제를 없애고 높은 누진율을 적용하는 게 더 공정하고 효과적이다.

이윤 경쟁

둘째, 전기 사용량 증가가 기후변화를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해할 만한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여전히 전기 생산을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 때문인데 발전 부문은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자동차 등 수송 부문이 두 번째로 큰 배출원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로 말할 것 같으면 전기 사용량과는 별 관계가 없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이용 잠재량은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전기의 총량을 훨씬 웃돈다.

셋째, 그렇다면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여기에 평범한 노동자·서민도 책임이 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할지, 어떤 운송수단을 사용할지 결정할 권한이 없다. 공론화위원회니 뭐니 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한 편의 쇼였을 뿐이다. 진정한 결정권은 기업 이사회실과 이들의 이윤 획득을 국민경제 성장의 기준으로 여기는 정부 관료들에게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의 위협을 알면서도 눈앞의 이윤과 경쟁 때문에 전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윤 축적이라는 체제의 논리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집단은 노동계급이다. 노동계급이 이끄는 근본적 사회 변혁만이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을 이룰 기초를 놓을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게 할 민주적 사회를 건설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런 잠재력은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그 실현 여부가 달려 있다. 따라서 이들의 생활 조건을 하락시키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기후변화 해결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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