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식당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절박한 비명을 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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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식당 노동자들과 운송 노동자들이 노조(금속노조 웰리브지회)를 결성하고 9월 11일 6시간 파업에 이어 14일 전면 파업을 했다.
다수가 여성인 노동자들은 지난 5월 노조를 결성했다. 식당 노동자의 98퍼센트 가까이가 조직됐다고 한다. 그리고 노조 설립 이후 불과 4개월 도 안 돼 92퍼센트의 지지로 파업을 가결하고 첫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 그동안 미지급된 체불임금 지급, 8시간 주휴수당 보장, 공장 내 노조 사무실 마련 등이다.
사측은 최저임금을 줬다 뺏은 정부의 최저임금 개악(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에 힘입어 최소한의 임금 인상조차 하지 않았다. 매달 지급하던 ‘부가급여’(일종의 상여금)를 기본급화 해 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또, 사측은 토요일 4시간 주휴수당도 무급화 했다. 이 노동자들은 주휴수당을 8시간 받는 생산직 원하청 노동자들보다 적게 받아 왔는데, 그조차 없애버린 것이다.
문재인의 외면
전면 파업을 하던 14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3백 명이 훌쩍 넘는 노동자들이 모였다. 조합원 대부분이 모인 것이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모습에 활력이 넘쳤다.
마침 이날은 문재인이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하려고 직접 대우조선을 방문한 날이었다. 공장 서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모인 노동자들은 문재인에게 요구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 줘야 한다는 절실함을 갖고 여기에 모였습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비명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노동자들은 “단결! 투쟁!” 구호를 외치며 곧장 공장 안으로 행진해 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재인이 방문하는 특수선(군함) 공장 입구에 자리를 깔고 앉아 연좌 시위를 시작했다. 무려 4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집회를 이어가며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은 공장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차를 타고 파업 대열 바로 옆을 지나갔지만, 내려보지도 창문을 열어 보지도 않고 도둑고양이처럼 그냥 지나쳤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최저임금법 개악 때문에 이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이 가로막혔는데, 뻔뻔하게 들은 척도 않고 외면한 것이다.
들끓는 분노
필자들은 노동자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이 문재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절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회사는 올 초부터 매월 주던 보너스를 기본급에 포함시켰어요.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 한 푼 안 올린 거죠. 정말 화가 납니다.”
“제가 일한 지 12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연봉이 고작 몇 백만 원 올랐어요. 물가 인상까지 생각하면 인상되지 않은 거나 다름 없어요.”
어마어마한 노동 강도도 큰 불만이었다.
“대우조선에 식당이 19개 있는데, 제가 일하는 식당에는 20명이 하루에 5000인 분의 식사를 만들어요. 보통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분들은 1인당 120여 명의 식사를 담당한 대요. 우리는 1인당 400명이나 되는 거죠. 노동강도가 너무 세요.”
“회사가 가끔 휴일 특근의 식사 예상 인원을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해 재료들을 준비해요. 예를 들어 2600명 분을 준비해야 하는데, 1600인 분만 재료를 주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창고에 있는 재료들을 긁어 모아서 하죠. 이런 식으로 회사는 비용을 줄이고 우리의 노동강도를 올립니다.”
또, 근속이 17년차인 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성별 임금 차이도 심각해요. 저보다 연차가 5년이나 적은 남자 직원은 일부 수당을 2배 이상 받습니다. 사측은 남자는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가장입니다. 여성 가장들이 많아요. 우리도 일한 만큼 대우를 받아야 해요.”
옆에 있던 12년차 한 남성 노동자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이 곳은 여성 노동자들이 많고, 그 분들은 정말 말도 못하는 노동강도 속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임금 차이가 나는 건 부당합니다. 여성 노동자들도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해요.”
단결의 기운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억눌러 온 분노를 표출하며 투쟁에 나선 데 대해 자부심이 컸다.
“이렇게 파업을 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우리는 이 넓은 조선소에서 각자 따로 일해서 만나기도 어려운 사람들이었어요. 이렇게 같이 움직이니까 신이 납니다.”
“9월 11일 처음 파업할 때, 주변에서 많이 지지해 줬어요. 우리는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형님 아우’ 하면서 지내는 동료들이 많아요. 특히, 하청 노동자들이 우리 투쟁을 엄청 지지해 줬어요. 처음엔 너무 놀랐죠. 일하는 중간에 서서 박수를 보내고 파이팅을 외치면서 응원해 줬거든요.”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 속에서 소리소문 없이 대량 해고를 당하고,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수년째 고통을 겪어 왔다. 식당 노동자들이 호기롭게 파업에 나서자, 바로 그 노동자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밥을 안 지어줘도 좋다, 우리는 며칠 더 라면 먹어도 된다’ 그러면서 응원을 해 줬어요.”
이 투쟁에 연대하러 온 한 정규직 노동자도 말했다.
“1987년 우리가 싸웠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조는 이날 파업 이후에도 토요일 특근을 거부하는 등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웰리브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낸다면, 다른 부문·사업장의 조선업 노동자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