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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0명 죽는데도 인력 증원 나몰라라 우정사업본부

죽음의 우체국 멈춰라! 계속해서 벌어지는 집배원 사망의 주요 원인은 장시간·고강도 노동으로 말미암은 과로이다. 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65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승진

장시간·중노동 탓에 반복되는 집배원 과로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는 근무 중 사고,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해마다 20명 안팎의 집배원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원인은 절대적인 인력 부족이다. 그럼에도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이하 우정본부)는 “집배 인력은 적정”하다며 과로사 문제를 방치해 왔다.

공공운수노조와 집배노조를 비롯해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은 계속되는 집배원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정부는 해결 방안을 찾겠다며 지난해 8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 내 전문가위원들은 최근 권고안 초안(이하 초안)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초안에 대한 노사 입장을 듣고 조율해서 9월 초에 권고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정본부가 인력 증원 규모를 줄이자며 버티고 있어 권고안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

집배노조는 9월 8일에 우정본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광화문 정부청사 앞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사실 추진단의 활동 기간은 애초 6개월이었는데, 우정본부가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추진단 활동을 지연시켜서 1년 넘게 끌어 왔다. 우정본부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 “추진단의 결과를 성실히 따르겠다”고 해놓고는 막상 결과가 나올 시기가 다가오자 “추진단의 권고안을 받을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인력 증원을 최소화하려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추진단의 활동 기간(2017년 8월 25일부터 현재까지) 동안에만 무려 17명의 집배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졌다(집배노조 자료). 배달 중 교통사고, 뇌출혈, 심근경색, 자살 등으로 생을 달리했다. 최근 보름 사이에만 2명이 근무 중에 숨졌다.

인력 부족으로 말미암은 막중한 배달 물량 탓에 노동자들은 서두를 수밖에 없다.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수면·휴식 시간은 뇌출혈과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 서광주우체국의 한 집배원은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자살했다.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관리자가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인의 몸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계속 출근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항의하며 비극적 선택을 한 것이다.

“현장의 인력충원 요구가 있을 때마다 우정본부는 추진단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충원을 미뤄 왔”고(집배노조), 그러는 사이 집배원들은 “죽음의 일터”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다.

집배노조는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주 40시간 이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의 약속을 이행하려면 6500명이 증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배노조는 “주 52시간은 법정 최대 허용 노동시간이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 시행을 요구하는데, 완전 정당하다.

또, 문재인 정부는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직접 나서 추진단을 만든 만큼, 제대로 인력 증원을 할 책임이 있다. 문재인은 지난해 6월 12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얘기해 놓고 꾀죄죄하게 100명을 증원했다. 이러니 우정본부가 버티는 것이다.

계속되는 집배원 사망

노동자들은 토요택배 완전 폐지 열망도 크다. 그런데 우정본부는 민간 택배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에 토요택배 폐지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우정본부는 2014년 7월 토요택배를 폐지했다가 1년 2개월 만에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토요택배를 재개했다.(조합원의 약 80퍼센트가 토요택배 재개를 반대했음에도 당시 우정노조 집행부는 우정본부와 야합했고, 이는 민주노조인 집배노조가 출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토요택배에 대한 집배원들의 반발 때문에, 올해 1월 우정본부와 당시 우정노조 집행부는 토요택배는 존속한 채 주 5일 근무를 시행하겠다며 집배원들의 근무체계를 이원화하기로 합의했다(월~금조는 일반 우편물 배달, 화~토조는 소포만 배달). 그러나 인력 증원은 전혀 없어서 집배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주말에 같이 쉬자”는 것이 토요택배 폐지의 기본 취지라며 근무체계 이원화를 반대했다.

올해 5월 2일 우정본부와 우정노조 신임 집행부는 우체국 택배의 위탁 확대를 전제로 집배원의 토요택배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외주화를 도입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업무를 시키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토요택배 폐지가 아니다. 당시 집배노조는 “투쟁을 통해 알려 온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실태] 폭로가 한순간에 정규직 이기주의로 타락해 버렸다”고 규탄하며, 토요근무를 완전히 폐지하고 위탁 노동자를 모두 직고용·정규직화하라고 요구했다. 위탁택배 노동자들도 토요일 물량을 떠넘기지 말라며 반발했다. 게다가 위탁 확대 추진에도 여전히 다수의 집배원들은 원치 않는 토요 근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정본부는 2022년까지 우체국 택배 물량의 50퍼센트를 위탁으로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즉, 우정본부는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쥐어짜 토요택배 업무를 시키거나 외주화를 하려는 심산이다.

또, 집배 노동자들은 사측이 위탁 확대를 통해 정규직도 감축하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소한의 인력 증원안조차 반대하고 토요택배 폐지를 거부하는 우정본부에 맞서 집배노조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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