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는 적자를 빌미로 한 조건 악화와 비정규직 해고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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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정규직 집배원, 비정규직 우정실무원, 특수고용직 위탁택배원 등 우체국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2015년에도 우정사업본부는 경영 위기를 핑계로 정규직 1023명을 감원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5급 이상 고위 관리직은 133명이나 증원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편 물량이 감소하면서 우편사업은 2011년부터 적자를 이어 오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자료를 보면, 우편사업은 2011~2017년 매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적자가 1285억 원이나 됐고, 올해에도 지난해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의 금융과 보험 부문은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2016년 이후 우정사업본부의 흑자 합계액은 매해 5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편 부문이 적자인데도 말이다.
정부는 우정사업본부의 흑자 중 일부를 가져다 쓰면서도, 우정사업본부가 자체 수입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특별회계 체제라며 우편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은 회피해 왔다.
그러나 우편 적자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우편·통신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이므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에 따른 비용은 “착한 적자”다.
게다가 저임금·장시간 노동 조건 속에서도 양질의 우편서비스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은 적자에 책임이 없다.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1월부터 정규직 집배원에게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보로금과 출장여비)을 2달 넘게 체불하고 있다. 그 금액이 1인당 약 47만 원으로 전체 61억 원에 이른다.
집배원들은 부족한 인원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데, 우정사업본부는 초과근무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왔다.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초과근무수당이 2017~2018년에만 약 20억 원에 이른다(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각종 수당마저 제때에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초과근무 인정 시간을 월간 44시간에서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인원 충원은 단 1명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결국 지금도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집배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무료노동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지난해에 문재인 정부는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근절하겠다며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은 ‘정규 집배원 2000명 증원’을 제시했고, 올해 당장 1000명을 증원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 자신이 추진단의 권고조차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장시간 노동과 무료 노동을 더욱 늘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표 개혁의 실상인 ‘말로 떼우기’가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우정사업본부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공습하는 요즈음 집배원들에게 마스크 하나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 존중’의 실상이다.
비정규직 해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은 곳곳에서 사기임이 드러났다. 우체국도 마찬가지다.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 10월에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일시적·간헐적 일자리 외에는 무기계약직 채용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말과는 달리 최근 우편물 구분 작업을 하는 계약직 우정실무원 400여 명을 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양우편집중국은 계약직 우정실무원 30여 명을 2월 28일자로 해고하면서, 다른 계약직 노동자 15명을 채용해 3월 4일부터 일을 시키고 있다. 우편물 구분 작업은 상시·지속 업무이므로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려는 꼼수다.
6개월간 부천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다가 2월 28일자로 해고된 최리주 씨는 “새벽 5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준비하는 고된 생활을 참아 내며 고용이 안정되길 기대”했다며 분노했다.
계약직 우정실무원들의 대량 해고는 정규직 집배원과 우체국위탁택배원들의 노동강도 강화로도 이어진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의 우편물 구분 시간을 줄여 준다며 채용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집배노조 고광완 사무처장은 우정실무원 해고로 “집배원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택배를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인 위탁택배원들의 임금 삭감도 추진하고 있다. 위탁택배원들의 임금은 배달하는 물건 당 수수료로 계산되는데, 최근 위탁택배원이 배달하는 1일 배달 물량을 최소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소형 택배 배달을 다시 정규직 집배원들에게 떠넘겨, 집배원의 노동강도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는 “우정사업본부가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이 주최한 국회 간담회에서 소형 택배를 집배원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 약속을 파기했다”며 “위탁택배원은 굶어 죽고 집배원은 과로로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 이동우 서청주우체국지부장은 “계약직 우정실무원 해고와 소형 택배 증가로 인해 평소 물량의 몇십 배까지 배달을 해야 했고, 그 결과 더 긴 시간을 작업해야 했다”고 분노했다.
적자 해소 주문하는 문재인 정부
이에 공공운수노조 소속 우체국 노조들(이들은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정협의회’를 결성하고 노조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은 3월 16일 청와대 앞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위기 책임 전가를 규탄하고, 우편사업 적자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한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도 3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 집중 총력 결의대회와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이 같은 우정사업본부의 경영 위기 책임 전가 뒤에는 문재인 정부가 있다. 얼마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정사업본부장 강성주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적자 확대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행보가 우체국 노동자들의 해고,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경영 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