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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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민간서비스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외면하며 뒤통수를 치고 불법파견 은폐를 시도하는 등 불만을 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사측의 직접고용 합의 파기(콜센터 자회사 전환)에 항의해 투쟁에 나섰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은폐와 업체·공정 통폐합 등에 맞서 지난 11~12일 철강업계 최초로 수천 명 규모의 비정규직 공동 파업을 벌였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등 노동자들도 정부와 사측에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상반기부터 투쟁을 이어 왔다.
경제 침체와 노동자 쥐어짜기
사용자들이 불법을 마다 않고 간접고용-파견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자명하다. 간접고용-파견제는 1997년 경제 공황 이후 기업주들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 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정규직 업무를 외주·하청에 주면서도 업무 지시의 관리·통제를 유지하고 노동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계는 오랫동안 제조업 파견 합법화 등 파견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수익성이 하락하는 현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더더욱 파견 확대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짤 수 있기를 바란다.
삼성 이재용이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돈 안 들이는 무늬만 정규직화’(자회사)로 뒤통수를 친 것, 현대제철 사측이 불법파견 증거들을 조작·은폐하고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현대차 사측은 2021년까지 비정규직 2800명을 추가 신규채용(특별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규채용 방안은 마땅히 보장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속, 체불임금, 공정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매우 불충분한 것이다. 더구나 많은 노동자들은 신규채용에서도 배제된다.
지난 8월 사측이 노동부에 제출한 통계만 봐도 현대차 비정규직 규모는 1만여 명이나 된다. 그동안 6000명을 신규채용 했는데도 그렇다. 사측이 신규채용을 정년퇴직자 규모에도 못 미치게 한데다, 사내하청·촉탁계약직 등을 계속 뽑고 공정 축소와 외주화로 비정규직을 늘려 온 탓이다.
비슷한 상황 속에서 신규채용에서 배제된 기아차 하청 노동자 165명은 강제 전적으로 고용이 불안해지고 임금이 삭감될 위험에 처해 있다.
기업주 편드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이 훨씬 넘도록 이런 문제 해결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정부가 시간을 질질 끌며 불법파견 판정을 미루는 동안,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소리소문 없이 해고를 당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 받고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쫓겨나게 생겼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불법파견 대표 기업주들을 처벌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친기업 정책을 선물하고 최근에는 방북길에도 그들을 대동했다. 박근혜 ‘국정 농단’의 핵심 피고인으로 재판중인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불법파견 대명사로 꼽히는 정몽구의 ‘복심’ 김용환(현대차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용이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사실상 ‘복권’되는 동안 삼성전자 사측은 직접고용 합의를 깨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가 이제서야, 그것도 퇴임을 코앞에 둔 시점에 “삼성,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문제,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한 말이 곧이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노동부는 불법파견 시정명령조차 내리지 않고 있고, 여전히 시정명령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하고 있을 뿐이다. 노동부 자신이 이미 14년 전에 자동차 제조업의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그동안 법원에서 여러 차례 판결이 있었는데 말이다.
더구나 정부는 한국GM 사측이 창원공장 비정규직 774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대놓고 거부하고 있는데도 이를 그저 수수방관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예정했던 파견제도 개선안 발표도 무한정 늦추고 있다.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그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파견법을 개악하려 할 위험도 있다. 기업주들이 파견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와 사용자들에 제동을 걸고 정규직 전환 요구를 쟁취하려면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연대가 중요하다. 제조업·민간서비스 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스스로 싸워 사용자들에 맞설 힘이 있음을 거듭 보여 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