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한 ‘(협상) 타결 방침’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한다. 핵심은 고용을 지키기 위해 임금·조건의 후퇴나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경우 이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 영향이 일시적이어야 한다거나, 고용 안정책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거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단서가 달렸다. 하지만 양보교섭의 확대와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금속노조 중집이 이번 방침을 정한 데에는 두 가지 핵심 근거가 제시됐다. 첫째, 경제 불황 상황에서는 고용 유지를 위해 구조조정 공격에 수세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노동운동의 경험을 보면 수세적 대응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바닥을 향한 양보의 악순환만 낳을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구조조정에 맞설 투쟁의 힘을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
둘째, 이미 양보교섭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금속노조 방침을 유지하면, 노조 중앙이 빠진 채 기업별 협상 체결을 방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지부·지회 지도부의 잘못을 추수하거나 이를 핑계 삼아 양보를 정당화하는 논리일 뿐이다. 산별노조가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며 강제하려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단결을 조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고용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임금의 대폭 삭감과 조건 후퇴 등 구조조정을 정당화하고 있는 마당에, 금속노조가 이를 단호히 규탄하며 투쟁하기보다 양보교섭을 인정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