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정규직화 요구하며: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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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0월 23일 파업에 나섰다. 민들레분회 노동자들은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와 병원 인증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파업을 벌여 병원 측에 압력을 넣으려 한다.(☞[현장소식]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 파업 1일차: “원하청 연대투쟁으로 비정규직 철폐하자”)
문재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누더기가 되다 못해 이제는 수많은 노동자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간접고용(파견·용역) 노동자들의 경우 자회사 전환이 강요되거나 사측의 비협조로 시간만 끌고 있다. 19일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에 반대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고, 22일 가스공사 비정규지부도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병원장 서창석)은 2018년 초에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꾸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최근까지도 교섭을 거부해 왔다. 노동자들이 자율로 꾸리게 돼 있는 노동자 대표단에 서울대병원 직원이 아닌 상급단체 상근자가 포함돼 있다는 걸 문제 삼았다.
그러나 정작 대표단 구성을 조정해 교섭이 시작된 뒤에도 병원 측은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시간만 끌고 있다.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으므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전환 대상을 결정하지 못하므로 전환 방식도 논의할 수 없다는 식이다.
병원 측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승강기, 전화설비 등 시설 유지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과 의료정보시스템, 영상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병원 측은 직원식당, 장례식장 식당, 린넨 업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다른 병원 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꼭 필요한 일들이다. 그동안 이런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겨 온 것이야말로 문제다. 사측은 ‘고도의 전문성’ 운운하지만 그럴수록 병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 다른 노동자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전에 신경 써야 할 병원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노동자들을 파견용역직으로 고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법적으로 파견용역 노동자에게는 병원 측이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병원 측이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결국 비용일 것이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할 경우, 그리고 기존 정규직과 같은 조건을 적용하게 되면 늘어나는 비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민들레분회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들에서 정부가 허용한 틈을 이용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거나, 정규직과 다른 별도 임금체계를 적용해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방식 등 사실상 엉터리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측도 이런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게 뻔하다. 특히 서울대병원 측은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산하 공공병원 비정규직에게 직무급제 성격의 저임금 체계를 적용하도록 정부와 합의한 것(공공병원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노동자들에게 압력을 넣으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서울대병원 분회(정규직 노조)는 민들레분회를 포함해 서울대병원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함께 싸워왔다. 10월 18일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는 오는 11월 9일 파업도 결의했다. 이처럼 같은 사용자에 맞서 투쟁으로 연대하는 것야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