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한 맺힌 승소:
문재인 정부는 벌써 한일 관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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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재상고심)에서 승소했다(원고 1인당 1억 원씩 지급.)
이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 양승태의 사법농단 때문에 이제야 나왔다. 그러는 동안 원고인 피해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한 분도 94세의 고령이다.
이 분들의 고통이 1억 원으로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결이 지난 고통의 세월을 보상해 주기에는 턱없이 미약하다.
그마저도 실제 배상까지는 험난할 듯하다.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일철주금이 판결에 끝까지 불복하면 한국 내 자산을 가압류하는 등 배상을 강제해야 한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재판 결과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서 항의(초치)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소송이 이번 재판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유족들의 소송도 줄줄이 있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는 15만 명으로 집계되고 유족은 22만 명이 넘을 것으로 파악된다. ‘위안부’ 문제도 걸려 있다.
무엇보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 문제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걸린 판돈이 크다. 경제적 손해뿐 아니라 군사대국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판돈
우파 언론들은 일본의 반응에 장단을 맞추며, 한일 관계에 암운이 드리우게 됐다며 피해자들의 한 줄기 희망에 재를 뿌렸다. 한·미·일 간 동맹 강화(의존)라는 전통적인 친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한국 지배자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1965년 한일협정은 박정희 정권이 피해자 개인들의 동의도 없이 그들의 고통을 헐값의 경제 개발 자금과 맞바꾼 것이다. 협정에는 “배상”이라는 표현도 없다. 그래서 2012년 대법원조차 피해자 개인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한 게 아니라고 봤다.
심지어 2010년에는 일본 외무성이 한일협정과 개인 청구권의 관계를 법률적으로 검토한 내부 문서도 공개됐다. “보상 청구권을 포기하는 경우, 청구권이란 국가의 청구권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모호하다. 외교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총리 이낙연은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한다는 노무현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는 견해를 고수했다(2005년 한일 회담 문서 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문재인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자격으로 이 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당시 국무총리 자격으로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할지, 앞으로 일관되게 피해자들의 편에 설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는 단지 과거사가 아니다. 현재 제국주의 문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피해자를 위로하고 실천은 뜨뜻미지근하기 이를 데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제국주의 반대 투쟁의 연장선 위에서 이 문제는 진정한 해결에 다가설 수 있다. 특히 제국주의의 원동력인 자본주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노동계급 고유의 힘이 결합될 때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