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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저지 투쟁의 초점이 된 한국잡월드 파업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이 10월 19일부터 사측의 자회사 강행에 맞서 파업을 하고 있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다. 직업 체험 강사들은 전원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최근 노동부와 노사 양측이 몇 차례 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자회사를 고집했다. 노동부는 수수방관했다.

사측이 이미 강사 직군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꽤 상세하게 검토했던 것을 보면 직접고용이 불가능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온갖 비민주적 방식을 동원해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였다.

사측은 11월 2일 자회사 채용 공고를 내고 8일까지 지원서를 받았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사측은 “공개채용”으로 결원을 채울 것이라며 사실상 해고를 협박했다.

격분한 노동자들은 자회사 채용 지원서 대신에 직접고용 원서를 들고 이사장실로 향했다. 이사장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우리는 정규직 사원증 받고 복귀하겠다. 그전에는 절대 복귀 못 한다!”

잡월드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잡월드 본사에서 점거 농성하는 노동자들 ⓒ조승진

점거 농성

노동자들이 이토록 자회사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제시한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직업 체험 강사들은 상시지속 업무를 한다. 우리가 없으면 잡월드는 운영될 수 없[다.]”

사측이 제시한 자회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자회사는 용역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노동자들의 말이 맞다. 사측은 처우 개선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용자 책임을 피하려고 자회사 방안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문제의 일부다. 노동자들은 청와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자회사 방안은 사실상 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정책이다.

자회사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파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가스공사와 5개 발전사, 마사회, 울산항만공사, 도로공사 등 자회사 방안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은 잡월드 투쟁을 주시하며 승리를 염원하고 있다.

정부도 여기서 밀리면 자회사 추진 정책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에 완강하다. 〈조선일보〉가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잡월드 투쟁의 정치적 중요성을 보여 준다.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한국잡월드 노사를 중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재안은 노동자들의 바람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사측은 자회사 추진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의사가 전혀 없으므로 경사노위 중재안은 기껏해야 일단 자회사를 수용하고 처우 개선 등을 추후 논의하는 것일 공산이 크다. 그러나 그동안 차별과 열악한 처우에도 묵묵히 일 해 온 잡월드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보면, 자회사를 일단 수용한 뒤 직접 고용 전환을 기대하기도 결코 녹록치 않다.

그동안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투쟁을 말리며 내놓은 중재안들은 결코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 못했다. 성동조선과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들은 수년간의 무급 휴직과 매각 수용 등 끔찍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한국잡월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약화되고 사기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불만족스러운 경사노위 중재에 기댈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이 투쟁이 자회사 반대 투쟁의 최전선인만큼, 적극 엄호하며 투쟁 확대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자회사 강행을 막고 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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