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적용 의무화?:
국회에서 또다시 최저임금 공격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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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서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11월 국회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탄력적·선택적 근로 확대, 최저임금 차등 적용 의무화와 같은 개악을 촉구한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의무화’는 업종, 규모, 지역, 연령, 내외국인 등의 구별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도록 법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사용자 측은 ‘기업의 지불능력’ 운운 하면서 어려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기업이 어려우면, 저임금 노동자들조차 최저임금을 다 받으려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전 산업 평균(13.5%) 이상인 업종은 최저임금 인상률의 1/2만 적용”
사용자 측이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2019년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 적용안〉의 내용 중 일부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들의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저임금 업종의 노동자들에게는 인상률의 절반만 올려줘도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10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2004만 3000명) 중 월 임금이 200만 원 미만인 노동자가 38.2 퍼센트로 760만 명(이중 월 100만 원 미만은 196만여 명)에 달한다. 직종별 통계를 보면 청소, 경비, 음식점과 같은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이 모두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
결국 차등 적용은 기업의 지불 능력을 이유로 ‘5인 이하’, ‘영세 사업장’, ‘이주노동자’ 등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누르는 파렴치한 짓이다.
요컨대, 경제위기 심화 속에서 또다시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용(인건비) 절감 시도
국회는 이미 이에 호응하고 있다. 7월 이후 보수 야당의 주도로 국회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13개나 발의돼 있다. 법안을 다룰 환노위 위원장은 직접 개악안 중 하나를 대표발의했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차등 적용에 난색을 표했던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10월 초 경제부총리 김동연과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은 국회에 출석해 차등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0월 17일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정협의에서도 ‘차등 적용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최저 임금 개악으로 사용자들이 과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차등 적용이 관철되면, 사용자들은 “저임금 노동자도 안올려 주는 마당에”라며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들에게 임금 동결이나 인상 자제를 강요하기 더욱 수월해 질 것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투쟁이 저임금노동자는 물론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도 중요한 이유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그 댓가를 노동자들이 지불하게끔 하려는 사용자들의 시도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과 기업의 기를 살리겠다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월 파업을 앞둔 민주노총을 향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하고 압박했다. 노동조건 후퇴(이른바 양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경각심을 갖고 이런 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미 개악된 최저임금법의 원상 회복도 필요하다. 지난 봄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된 후, 고용노동부 장관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월급 감소가 없도록 대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운동 내에서 ‘당장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원상 회복은 어려우니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투자’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 노동자들을 향한 양보 압박이 점점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공격을 막아내고, 빼앗긴 최저임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한층 더 강력한 투쟁으로 ‘약자가 아님’을 몸소 보여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