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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아쉬움을 남긴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합의
콜센터 자회사 수용, 수리직군 경력은 50~70%만 인정

11월 2일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고용 조인식 ⓒ출처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 사측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금속노조가 11월 2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합의를 체결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사측의 홍보와 달리, 노동자들의 요구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수리직군 노동자 7800여 명은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고용 되고 일부 처우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별도의 임금 테이블을 두는 등 차별이 여전하다. 쟁점이 됐던 경력은 최소 50퍼센트에서 최대 70퍼센트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경력 최대 상한선도 11호봉으로 고정했다. 노동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몬 실적급을 폐지하지 못했다.

특히 콜센터 노동자 900여 명은 직접고용 대상에서 제외돼 간접고용으로 남게 됐다. 이 노동자들은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기로 했다. 처우도 수리직군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은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취하하고 앞으로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기각 판결은 박근혜 사법 농단의 대표 사례로 지목돼 왔는데, 사측은 위로금을 주는 대신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받고 체불임금 부담도 면하게 됐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앞으로 직접고용 요구와 투쟁을 위한 한 수단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9월 20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 ⓒ조승진

합의안에는 해고자 복직도 빠져 있다.

지난 상반기 주목을 끌었던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고용 합의가 이렇게 아쉬운 결과로 이어진 데는 문재인 정부도 큰 몫을 했다.

삼성이 직접고용을 약속한 것은 박근혜에게 뇌물을 제공한 죄로 이재용이 재판을 받는 등 사측이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그 즈음 노조 파괴 문건 6000건도 폭로돼 사측은 더한층 압박을 받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나서 이재용을 정치적으로 복권시켜 주며 직접고용 합의를 뒤틀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사측이 콜센터 자회사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음이 알려진 때는 문재인이 인도에서 이재용을 만난 전후였다.

정부는 그 뒤로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은폐를 주도한 권혁태를 대구노동청장으로 임명하고, 삼성을 ‘신산업 육성’의 파트너로 추켜세우고, 이재용과 함께 방북길에도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노골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도 짓눌린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던 만큼, 지회가 정치적 기회를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을 밀어붙였다면 더 나은 결과를 쟁취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달간 조합원이 1000여 명 이상 늘어나는 등 기층 노동자들의 활력과 투지도 높았다.

노조 집행부는 조직화에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그 힘으로 투쟁을 더한층 발전시키는 데는 주저했다. 나두식 대표지회장은 특히 “콜센터 자회사는 단결을 파괴하려는 것으로 결코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이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지 못했다. 급기야 잠정합의 이전인 10월 19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콜센터 자회사 채용을 공고했는데도 이렇다 할 항의를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이번 합의를 승인한 것도 잘못이다. LG유플러스 등 동종업계 사용자들이 부분 자회사 방안 등으로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열망을 외면하는 상황을 보면 더 그렇다. 이번 합의가 다른 사업장에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잠정합의안은 가결됐지만, 노동자 30퍼센트 이상은 지지하지 않았다. 적잖은 노동자들은 미진한 처우 개선, 콜센터 자회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2014년처럼 파업하고 본사 앞에서 진을 치고 농성이라도 해 봤어야 한다”는 한 노동자의 지적이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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