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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에 맞선 행동에 연대하자

“우리는 지워지지 않는다” 10월 22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트랜스젠더 지지 시위 ⓒ출처 Ted Eytan (플리커)

매해 11월 20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 TDoR)이다. 혐오 범죄로 목숨을 잃은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다. 흑인 트랜스 여성 리타 헤스터가 살해당한 지 1년이 된 1999년부터 매년 11월 20일 혐오 범죄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6년부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가 열렸고, 올해는 11월 17일에 두 곳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트랜스해방전선이 이태원에서 집회와 행진을 진행할 계획이고,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경의선 숲길에서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를 연다.

트랜스젠더 인권 프로젝트 팀 TvT(전세계 트랜스존중 대 트랜스혐오)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369명의 트랜스젠더가 전 세계에서 살해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4건 증가한 것이고, 2016년보단 무려 74건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수치보다 더 많은 혐오 살해가 벌어졌을 것이다. 경찰이 피해자가 트랜스젠더라는 걸 무시해버려서 혐오 살해로 통계가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 보고된 살해 사건의 절반 가량(167건)이 브라질에서 벌어졌다. 다음으로는 멕시코(71건), 미국(28건) 순서였다. 미국은 올해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우익 포퓰리즘의 성장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의 증가는 국제적으로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랜스젠더가 가장 많이 살해된 브라질은 최근 ‘동성애 혐오자’를 자처하는 우익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했다. 미국은 트럼프 당선 뒤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성장했고 트럼프 자신이 트랜스젠더 혐오에 앞장섰다. 그래서 트럼프 당선 뒤 트랜스젠더 혐오 살해가 증가했다(휴먼 라이츠 캠페인). 최근 트럼프는 법에서 트랜스젠더 존재를 삭제하려 들고 있다.

성소수자들의 낙원처럼 그려지는 유럽 국가들에서도 올해 7건의 트랜스젠더 살해가 벌어졌다(이탈리아 4건, 프랑스, 영국, 스페인 각 1건. 터키까지 포함하면 13건).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는 인종·이주민 차별과 결합돼 벌어지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살해당한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유색 인종 트랜스여성이었다. 지난 몇 년간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서 살해당한 트랜스젠더의 65퍼센트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이민자 출신이었다.

한국에서의 트랜스젠더 차별

한국에서도 트랜스젠더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차별과 천대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트랜스젠더도 적지 않다.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중 40퍼센트가 넘는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다(《오롯한 당신》).

또. 많은 트렌스젠더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트랜지션 관련 경험과 장벽’ 연구에 참가한 트랜스젠더 당사자 중 절반가량이 실업 또는 무직(46.6퍼센트) 상태였다. 비정규직(30.8퍼센트)도 상당수였다. 차별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은 괜찮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

상당수 트렌스젠더가 성전환을 원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한국은 여전히 법적 성별 정정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국민건강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은 막대한 의료 비용을 버느라 허덕여야 한다.

트랜스젠더와 지지자들은 성전환수술 요건과 부모동의서 삭제, 성별 정정 심리 기간 단축, 성전환수술이나 호르몬 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 시급히 도입돼야 할 개선안들을 제안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저 무시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심각한 차별이 완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도 요원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자신이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항

트랜스젠더가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지만, 저항도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법에서 트랜스젠더 존재를 삭제하려 한다는 보도가 폭로되자, 이에 분노한 트랜스젠더들이 성소수자 활동가, 좌파와 함께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수천·수백 규모의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선 저항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올해 6만 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11월 11일)에 깃발을 들고 참가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알리는 리플릿을 반포했다. 잘 조직된 노동자들 사이에서 트랜스젠더 차별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은 의미가 깊다. 17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에 행진하는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부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기려온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도 17일 촛불 문화제를 연다.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선 행동에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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