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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김기홍 씨의 연이은 죽음:
트랜스젠더가 마주한 차별의 현실

얼마 전 김기홍·변희수 씨의 부고가 연이어 알려졌다.

1년여 전, 성전환으로 인한 강제전역 상황에서 변 하사가 눈물을 터트리며 한 기자회견을 보며 그를 멀리서 응원하던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이후 추모 행사와 행동들이 이어졌다.

김기홍 씨는 기간제 교사였고, 변희수 씨는 군인이었다.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진 그들의 삶은 평범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 얻게 된 성별과 자신의 내면 깊이 자리한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았고, 그 불편함을 참으며 살아가다 어느 날에 어떤 계기로 커밍아웃 했다.

타고난 성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에서 비교적 소수이지만 인류 역사 내내 존재했다. 문제는 이들의 존재가 아니라, 성별이분법으로 사람들을 욱여넣고 트랜스젠더를 혐오·차별하는 자본주의 사회다. 이들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이유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아니라, 성별이분법으로 사람들을 욱여넣는 자본주의 사회가 문제다. 3월 12일 국방부 앞 촛불 행동 ⓒ이미진

20년간의 변화 ― 가시화와 인식 개선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년 전 하리수 씨가 연예계에 데뷔하면서부터다. 2006년에는 대법원이 처음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트랜스젠더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겼고, 관련 정보 교환도 더 활발해졌다. 트랜스젠더 내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점차 알려졌다. 성전환 수술을 원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동성애자인 트랜스젠더, 남녀 구분에 벗어나 자신을 정체화하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

20년이 지난 지금, 분명 트랜스젠더는 과거보다 더 많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사회적 태도도 점차 관용적으로 변해 왔다. ‘성전환 수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 ‘개인 사정이므로 할 수 있다’라는 답변이 20년 전 51퍼센트에서 지난해 60퍼센트로 늘었다. 20~40대는 80퍼센트였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몇 해 전부터 트랜스젠더 차별에 저항하는 국제 기념일에 집회가 열려 왔다.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로, 세계에서 살해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트랜스젠더에 대한 폭력에 경각심을 높이자는 날이다.

얼마 뒤면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다(3월 31일). 2009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시작된 이날은 트랜스젠더의 삶을 기념하고 트랜스젠더 혐오에 대항하자고 호소하는 날이다. 이를 맞이해서 오는 3월 27일 한국에서도 ‘변희수 하사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집중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여전한 차별의 현실

20년간 변화가 있었음에도, 혐오와 차별의 현실은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트랜스젠더는 이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천대받는 집단 중 하나다.

우선, 인식 개선조차 불안정하고 트랜스젠더를 비정상으로 보는 편견이 많다. 이 체제 자체가 성별 이분법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 대해 차별적 인식과 편견을 체계적으로 부추기기 때문이다.

또, 김기홍 씨나 변희수 하사의 커밍아웃이나 트랜스 여성의 공개적 여대 입학 논란에서 보듯이, 트랜스젠더 가시화가 늘었지만 이와 함께 우파들의 비난과 혐오의 목소리도 높아져 왔다. 안타깝게도 일부 분리주의적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편견에 동조하며 트랜스젠더를 비난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 혐오적 선전과 활동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므로, 거짓 주장과 혐오, 편견에 단호하게 맞서는 게 중요하다.

트랜스젠더가 가시화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이 매우 어렵고, 적절한 의료적 지원도 없다시피 하다. 이 나라의 법과 제도는 성별 이분법을 기준으로 둬서,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별 정체성은 아예 없는 셈 무시하고 있다.

변 하사가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고 밝히고 그를 응원한 부대 동료들이 있었음에도, 육군이 성전환을 “심신 장애”라며 규정하며 잔인하게 군대에서 내친 일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군대와 같은 더 억압적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트랜스젠더는 가정, 일터, 학교 등 곳곳에서 차별적 현실을 마주한다. 어디에나 쓰이는 신분증에는 태어날 때의 성별 번호가 기재된다.

법적 성별을 정정하려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법원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특히 관련 예규에 여전히 성전환 수술과 생식능력 제거를 명시하는 것은 아주 문제적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의료적 성전환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 트랜스젠더가 수천만 원에 이르는 성전환 비용 때문에 법적 성별 정정을 엄두도 못 낸다.

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도 끝이 아니다. 변 하사와 지난해 숙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는 이 모든 것을 마쳤는데도 커다란 차별과 혐오에 맞닥뜨려야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도 어렵다. 한 연구를 보면, 설문에 응답한 트랜스젠더 중 46퍼센트가 무직이었고, 30퍼센트가 비정규직이었다.(‘한국 트랜스젠더의 의료적 트랜지션 관련 경험과 장벽’)

이런 차별의 결과로 트랜스젠더의 자살 시도율은 평균보다 현저히 높다.

혐오 부추기는 우파, 차별 유지하는 문재인

개신교 우파들은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가 가족 가치를 허물고 비정상적 성문화로 청소년을 타락시키고 사회를 진창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한다. 〈기독일보〉와 같은 우파 개신교 언론에서 이런 주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종교적 우파와 연결돼 있는 우파 정치인들은 트랜스젠더를 공격하며 혐오를 부추겨 왔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안상수 의원은 이런 주장을 인용하며 개인의 성별을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 신체적 특징”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국가인권위법에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최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도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퀴어퍼레이드)이 마치 문란하고 문제적인 행사로 언급되며 서울광장 개최 여부가 쟁점이 됐다. 안철수는 ‘[퀴어퍼레이드] 보지 않을 권리’를 말하며 ‘퀴어특구’에서 따로 행사를 하라며 혐오를 부추겼고, 오세훈도 서울광장 개최는 ‘시장이 결정할 일 아니’라며 회피했다. 민주당 박영선은 여전히 과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사과하고 있지 않다.

고 김기홍 씨는 생전 SNS에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 하고 남겼다.

4년 전, 많은 성소수자들이 노골적으로 혐오를 부추기는 우파와는 문재인 정부가 다르리라고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임기가 1년여 남은 지금, 다른 많은 일에서 그랬듯 문재인 정부는 차별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변 하사는 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저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민주당은 ‘표’를 중시하며 성소수자들에게 상처 주기 일쑤였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던 윤호중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은 녹색당 비례대표인 김기홍 씨를 겨냥해 “성소수자 문제 같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은 어렵다” 하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다수가 됐는데도 차별금지법조차 통과시킬 생각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트랜스젠더·성소수자 차별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2017년 2월 민주당사 앞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문재인과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 ⓒ조승진

주류 정당들과 문재인 정부가 트랜스젠더 차별 개선에 냉담한 데는 더 근원적 이유가 있다.

트랜스젠더 차별은 자본주의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방식인 이성애 중심의 가족제도와 관련이 깊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역시 지배계급의 일부로서 이런 가족제도를 유지하고, 보수적 성관념을 유포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데에 이해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 ‘가짜 진보’는 차별을 안/못 없앤다.

성소수자 운동이 우파에 반대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투쟁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자본주의 사회 체제에 아로새겨진 트랜스젠더 차별

트랜스젠더 차별을 완화하려면 적어도 서구 일부 나라와 같이, 자신의 의사만으로 법적 성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의료적 성전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차별금지법도 당장 제정돼야 한다. 국방부는 또 다른 변희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트랜스젠더 장병이 복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물론, 사죄도 해야 한다.

이런 개선안들은 이미 영국, 아일랜드, 미국의 일부 주, 덴마크 등지에서 하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권리가 법·제도적으로 전진한 일부 서구 나라들에서도 상황은 모순적이고 차별은 여전하다.

이 나라들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시민동반자관계법, 동성결혼, 차별금지법과 같은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법안들이 통과됐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긴축을 추진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며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은 크게 고통받았다. 긴축과 코로나19의 고통은 계급적으로 달랐는데, 대다수 성소수자들은 평범한 노동계급이기도 하다.

극우 포퓰리즘과 파시스트의 성장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도 늘었다.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과거에 쟁취한 성과들을 공격하려 한다. 2008~2016년 사이에 유럽에서 100건 이상의 트랜스젠더 살해가 보고됐다.

나라마다 종교·문화적 특징, 위기와 빈곤의 수준, 투쟁의 역사 등에 따라 트랜스젠더 차별의 형태와 강도는 다양하지만, 모든 나라에 트랜스젠더 차별은 존재한다. 트랜스젠더 차별은 가족제도와 그것이 재생산하는 이분법적 성역할에 기대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이자, 이 체제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온갖 악행 중 하나이다.

변 하사와 김기홍 씨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트랜스젠더 차별의 진정한 근원을 이해하고, 차별을 존속하는 체제 자체에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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