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노동자대회:
1년 만에 정부 규탄 분위기로 바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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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며 노동 개악으로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문재인 정부의 반 노동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투쟁 결의문)
문재인 정부의 노동 개악에 항의해 한국노총도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최근의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강행 시도에 불만이 컸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문재인과 정책 협약을 맺었고 민주당과는 연대 단체처럼 지내 왔다. 11월 22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가하기로 하는 등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노동 개혁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해 왔다.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서울역) 때만 해도 한국노총이 오히려 정부에게 노동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촉구했다. 규모도 수천 명으로 올해보다 훨씬 적었고, 형식도 투쟁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였다. 올해 노동절에는 매년 하던 야외 기념 집회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전국노동자대회(11월 1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정부가 약속을 저버렸다”는 규탄 분위기가 컸다. 연단에서 문재인 규탄 발언이나 구호가 나올 때 호응과 박수가 컸다. 규모도 컸다.(주최측 발표 3만 명)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사기극을 정면으로 비판한 〈노동자 연대〉 신문도 100부 넘게 팔렸다.
이번 노동자대회는 최저임금 제도 개악 및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 노조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의 온전한 정규직화 실현,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요구했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약속해 놓고 차일피일 실행을 미루다가 결국은 노동자 기만으로 끝나고 있는 문제들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문재인 정부에 협력적이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정부 규탄과 투쟁 경고 기조로 집회를 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고 불만이 적지 않음을 보여 주는 듯하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우선회와 개혁 염원 배신의 속도가 가파르다.
연단에서도 줄곧 문재인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의 대회사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
“새 정부 들어 노동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부풀기도 했[지만] … 노동자의 희망은 철저하게 짓밟혔습니다. 100만 조합원과의 약속인 정책 협약을 휴지쪼가리로 만들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엄중 경고합니다. ... 최저임금 제도 개악과 탄력근로제 확대[의] 양대 개악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한다면, 총력 투쟁 국면으로 즉각 전환할 것[입니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은 정부의 사회적 대화를 비판했다.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데, 대화는 최소한의 신뢰 속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노동 개악을 시도하는 상황 속에서 대화가 가능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 최소한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 한다면 경사노위를 재고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야에 대한 규탄 분위기를 예상했는지, 한국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소속의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이는 거꾸로 정부와 여당의 강한 노동 개악 의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도 보인다.) 탄력근로제 도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용득 의원(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진 민주당 최고위원(전 한국노총 부위원장)만 눈에 띄었다. 민주당 인사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언했으나 큰 특색은 없었다.
아직은 경고 수준이고 현 지도부와 민주당과의 관계, 박근혜 때 한국노총의 탄력근로제 도입 합의 전력 등 여러 변수가 많아서 한국노총의 노동 개악 저지 투쟁 수준을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노동자대회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이용해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 개악을 받아들이게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