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11월 22일 출범:
미련 두지 말고 노동 개악 저지 투쟁에 올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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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11월 22일 출범한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한 6개 주체 중 민주노총만 경사노위 참가를 확정하지 못했다. 10월 민주노총 정책 대의원대회의 정족수가 미달되면서 참가 결정이 무산됐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는 정부(경사노위 위원장, 노동부장관), 사측(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노조(한국노총, 민주노총)가 참가했었다.)
핵심 안건이 경사노위 참가 문제였으므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무산은 조합원들이 경사노위 참가에 기대나 열의가 별로 없다는 걸 보여 준다. 이 안건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아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된 것이었다.
이런 정서는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우선회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고용과 기업 실적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되고 투자가 줄었다. 사용자들은 이를 최저임금 인상 같은 친노동 개혁 탓이라고 대대적으로 공격했다(실제 실행된 게 있는지 의문이지만). 즉시 문재인은 친기업 행보의 속도를 높였다.
대선 때만 해도 문재인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화, 소득주도성장을 말했다. 그러나 이제 정규직화는 말장난처럼 되고, 소득은 도리어 깎이고 있다. 문재인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가 못한 개악을 마저 해치우는 게 문재인 본인이다. 그러므로 우파가 다시 득세하는 걸 막으려면 문재인과 (사회적 대화로) 협력해서 개혁을 얻어 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노동계급 전체에 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을 압박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도 청와대가 주도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이다.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확대를 첫 안건으로 삼으려 한다. 경사노위가 사용자들을 위한 여야 협치를 뒷받침하는 기구일 뿐임을 이처럼 잘 보여 주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어떤가. 이 모델은 임금을 대폭 낮춰야 일자리(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사용자 측 논리를 정당화한다. 노동자들에게 “바닥을 향한 경주”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차 사측이 참가를 주저하는 건 이윤이 난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그런데도 합의 지연을 전부 노조 탓으로 돌린다. 경사노위에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와야 개악을 막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개악을 안 하면 된다. 보완 논리가 기만인 이유다.
양보와 타협 강요
민주노총(과 그 산별노조들)은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가 될 6개의 의제위원회에 이미 참가해 왔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면 이 위원회들에서도 빠져야 하느냐가 논란거리이다.
특히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의 지도자들 내 일부에서도 ‘지금은 산하 위원회에도 참가할 때가 아니다’ 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들에서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조법 등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돼 왔다. 당장은 이 위원회들이 노조가 요구한 의제들도 다룰지 모른다. 그러나 그저 의제화는 경사노위의 목적이 아니다.
정부가 개악을 대놓고 하는데도 대화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 노조들의 요구가 반영될 리 없다. 사회적 대화는 투쟁의 결과물도 아니고, 정부는 애당초 양보와 타협 강요를 목표로 삼았다. 투쟁과 교섭의 병행이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온 (경사노위에도 가입한) 한국노총의 노동자대회에 수만 명이 모여 문재인의 배신과 노동 개악을 규탄했다. 그 일주일 전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6만 명이 모였다. 두 집회 모두 예년보다 규모가 컸다.
사회적 대화에 기울었던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 개악을 규탄하고 나선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당장 노조 지도자를 뛰어넘을 수준은 아니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정서는 기대나 관망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런 정서 때문에 정부와 사용자, 언론이 모두 나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과 하루 파업 예고를 비난한다.
민주노총이 만만해서가 아니다. 조직 노동계급의 투쟁 잠재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참가파를 압박하고 21일 민주노총 하루 파업의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일부 공공 사업장에서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식으로 사측이 임단협 타결을 시도하는 이유다.
귀족노조 운운하며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니 이제 양보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다. 여론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을 압박하고, 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이간질해 보려는 책략일 뿐이다.
현장의 불만과 사기가 만만찮다. 대화(경사노위와 그 산하위원회 참여 등)에 연연하지 않고 투쟁을 단호하게 조직하면 개악을 막아 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했지만 투쟁 동력만 낭비하고 주요 개악을 하나도 막지 못했던 일을 떠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