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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 이룬 돌봄전담사 토론회:
전일제 고용을 원하는 돌봄전담사들의 절절한 목소리

12월 4일 국회에서 전국학비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공동 주최로 ‘초등 돌봄교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회가 열렸다.

돌봄전담사들에게는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도 큰일이다. 대부분의 돌봄전담사가 시간제인데다, 인력도 부족해서 연가나 병가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토론회에는 전국에서 전일제·시간제 돌봄전담사가 100여 명이나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돌봄교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발제자로 나선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집행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학생들의 정서적·지적 발달을 도모하는 돌봄 자체의 질을 높이려 하기보다 여성 노동력을 이용하고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학비노조 안종화 전국돌봄분과장은 발제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돌봄교실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더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는 2014년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시간제 돌봄전담사 3500명을 채용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5000명을 시간제로 채용하려고 한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돌봄전담사들도 저임금 단시간 고용을 고집하는 정부와 교육청에 대해 불만을 쏟아 냈다.

“경기교육청 돌봄전담사 2900여 명 중 15시간 미만 일하는 전담사가 무려 1300여 명이다. 초과근무가 잦은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초과수당도 받지 못하고 무조건 하루 2.8시간만 근무하라는 강요를 받고 있다. 만일 독감으로 5일 쉬게 되면 그 달은 15만 원이 빠진 45만 원만 받게 된다. 그러니 아파도 참고 나가야 한다.”

“교육청은 방학 중 점심시간이나 평상시 쉬는 시간 등을 휴게시간이라고 하는데, 전혀 쉴 수 없다.”

“충남은 아직도 위탁 형태가 있다. 경기는 근무시간이 13단계이고, 임금체계는 199단계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다 다른 임금과 처우를 받아야 하나?”

단시간으로 고용되다 보니 노동자들의 삶은 불규칙해지기 일쑤다. “초등 돌봄전담사는 ‘5분 대기조’라는 말도 나온다. 갑자기 수업 시간이 단축되거나 학교 일정이 바뀌면 개인 일정을 미루고 출근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의 초단시간 고용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도 고통받고 있다.

“초단시간 전담사의 교실에서 돌봄을 받는 아동은 하루에도 담당 교사, 특기적성 강사, 돌봄전담사로 보육자가 하루 세 번 바뀌게 된다.” 그렇다 보니 학부모들도 전일제 전담사의 안정적 교실을 선호하고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교실을 기피한다. 이런 학부모들의 불만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에게 쏟아지기 십상이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돌봄전담사와 학부모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교육청들은 돌봄교실을 확대하면서 주 15시간 미만 일해 온 노동자들을 주 20시간 고용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업무량은 그것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 여전히 노동자들은 수당도 받지 못하고 초과근무를 해야 한다.

“경기교육청은 노동시간을 하루 1시간 10분 연장하겠다고 하면서도(2.8시간에서 4시간으로), 그동안 교사가 맡고 있던 행정 업무를 전담사들이 다 맡으라고 한다. 그러나 5시간 이상 운영되는 돌봄교실을 하루 4시간짜리 시간제 일자리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 불충분하다.”

“전남교육청은 내년에 초단시간제를 5시간제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전일제 전담사는 한 명도 없다. 이것은 ‘온종일 돌봄’이 전혀 아니다.”

“정부가 ‘온종일 돌봄’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시설비로 내려온 예산은 넘쳐나지만, 인건비 확대는 전혀 말이 없다.”

정규 교사로서 토론에 나선 나는 이렇게 발언했다.

“돌봄은 아동의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한 노동이다. 돌봄전담사들이 시간제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이게 되면, 돌봄을 받는 아동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돌봄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교사들의 노동조건도 악화된다. 시간제 전담사의 공백을 교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돌봄교실의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돌봄전담사들의 처우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전담사들의 전일제, 진짜 정규직화를 지지한다.”

교사와 돌봄전담사들이 단결해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많은 참석자들이 박수로 호응했다.

정부·여당은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돌봄 확대를 강조하지만 정작 돌봄을 맡는 전담사들의 문제에 관심이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돌봄전담사 문제에서도 말뿐이었다.

그러나 돌봄전담사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돌봄교실도 불가능하다. 전일제 고용을 요구하며 싸우는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