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 시간제 돌봄전담사 투쟁:
“공짜 노동” 강요 말고, 노동시간을 늘려라
〈노동자 연대〉 구독
전국여성노동조합 소속 서울 초등돌봄 시간제 전담사들의 서울시 교육청 앞 천막 농성이 14일째(5월 30일 현재)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이하 시간제 전담사)의 노동시간 연장, 방학 중 8시간 근무 보장, 전일제와 차별 없는 처우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운영’에 발맞춰 2022년까지 돌봄교실을 500여 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19년에는 돌봄교실이 350여 개 늘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정 지원은 외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간제 전담사는 전체 돌봄전담사의 80퍼센트를 넘는다. 그런데도 시간제 전담사들을 전일제로 전환하기는커녕 시간제 전담사들을 더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돌봄은 온종일인데, 온종일 돌봄을 책임질 인력은 시간제”로 떼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짜 노동
서울 초등돌봄을 맡고 있는 시간제(4시간) 전담사들은 “우리는 없어질 때까지 우려먹는 사골국이 아니다” 하며 노동시간 연장을 첫째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4시간 안에 할 수 없는 업무량(간식 기안, 월간·주간계획, 학부모 상담, 프로그램 준비, 돌봄교실 정리, 학교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와의 협의까지) 때문에 수시로 초과근무를 하거나, 일을 집에 싸들고 가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학교장들은 시간제라는 이유로 초과근무수당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공짜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은 이런 상황을 모르는 척하면서 “근무시간에 맞는 업무를 주라”고 지침을 내린다. 오롯이 돌봄만 4시간 하는 것으로 짜여진 구조인데 말이다. 전일제 전담사들도 8시간 안에 행정업무까지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는데, 시간제는 오죽하겠는가?
전일제 전담사들은 휴게시간 30분을 포함한 8시간제로 유급휴게시간이 있지만, 시간제 전담사들은 휴게시간이 없이 내리 4시간만 근무한다. 사실상 휴게시간이 무급인 셈이다. 더한 것은 초과근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출퇴근 시간이 변경되기도 한다. 일주일에 세 가지 출퇴근 시간이 있을 정도로 탄력적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 당국은 어차피 “일과 양육의 병행”을 위해 시간제로 지원했던 것 아니냐고 뻔뻔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돌봄교실이 잘 운영되는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시간제 전담사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돌봄이 시간제가 될 수 있는가?”
이 교실 저 교실 떠도는 아이들
서울시 교육청의 방학 중 돌봄교실 운영 계획은 더 심각하다.
8시간 온종일 돌봄 중 오후는 시간제 전담사들이 맡고, 오전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대체인력이 맡고, 저녁에는 전일제 전담사들이 맡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방학 중 아이들은 하루 동안 무려 교사 4명(대체인력 2명, 전일제 전담사, 시간제 전담사)을 거치게 된다. 저비용으로 돌봄교실을 유지하려고 아이들을 짐짝처럼 이 교실, 저 교실 돌리며 그저 돌봄교실에 데려다 놓기만 하면 될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학기중에도 3학년 돌봄은 겸용교실에서 방과후학교와 연계해 하고 있는데, 간식도 없고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제 인력이 이를 맡고 있다.
시간제 전담사들은 이런 식의 돌봄교실 쪼개기 운영이 안전 사고에 취약하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시간제 전담사가 퇴근한 후 전일제 전담사의 교실로 이동하게 되는 아이들은 불안정한 환경으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한다. 그래서 시간제 전담사 반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학부모도 생겼다.
지난해 충남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은 이런 위험성을 보여 줬다. 한 아동이 간식으로 떡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사망했는데, 당시 돌봄교실에는 전담사가 시간제라 퇴근한 뒤였다. 돌봄을 위한 어떤 교육도 받지 않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분명 사고 대처를 어렵게 할 것이다.
시간제 전담사의 노동시간을 늘려 전일로 고용다면 훨씬 책임감 있고, 안전한 돌봄이 가능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노동시간에 맞게끔 노동시간을 연장할 것, 특히 방학 중 8시간 노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별
뿐만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차별하고 있다. 사실 전일제 전담사들과 시간제 전담사들은 동일한 자격 요건에, 동종·동일 업무를 하고 있다. 또한 시간제 전담사도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은 전일제 전담사들에게만 행정업무 수당을 지급한다. 교육청은 시간제 전담사들에게는 각종 수당이나 상여금을 ‘시간 비례제’로, 전일제의 2분의 1만 지급해 왔다. 지난해까지는 교통수당조차 전일제의 반만 지급했다.(돌봄전담사들의 투쟁으로 올해부터 교통수당은 전일제와 똑같이 지급하기로 했다.)
“아니, 우리가 출근만 하나요? 우리도 전일제와 똑같이 출퇴근을 하는데, 교통수당이 전일제의 절반이라니 말이 됩니까?” 시간제 전담사들은 차별적 노동조건에 분노했다.
또한 어떤 학교에서는 유휴교실이 부족해 시간제 전담사들은 대부분 겸용교실을 견뎌야 한다. 교구 자료를 충분히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에서 부당한 처우에 대해 자기 의견을 피력할 기회조차 없다.
“우리는 정말 학교 안의 유령 중 유령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그동안 시간제 전담사를 차별하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시간제와 전일제 전담사들의 단결을 막아 온 것이다.
그러나 전일제 전담사와 시간제 전담사의 이해관계는 다르지 않다. 시간제 전담사의 노동시간이 연장되면, 전일제 전담사들의 행정 업무와 통합반 운영의 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
돌봄교실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것으로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얻은 정책이다. 그런 만큼 돌봄교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제 전담사들의 노동시간 연장과 처우 개선 요구도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농성에 돌입했던 경남과 경기 지역의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투쟁한 결과 4~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농성 중인 시간제 전담사들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서명 운동을 벌여 돌봄교실의 실태를 폭로하고, 교육청을 압박할 계획이다. 또한 7월 초 있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에 대규모로 참여할 계획이다.
여성노조 서울지부 시간제 돌봄전담사 분과 홍순영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천막 농성은 노동시간 연장을 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비록 시간제라 학교 안에서 많은 구성원들을 만날 수 없지만, 어디서든 만나면 우리의 투쟁을 응원해 주길 바랍니다!”
노동계급 대다수가 필요로 하는 이 정책을 책임질 전담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계급의 자녀들이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농성 중인 시간제 전담사들의 투쟁을 지지·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