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반대 첫 촛불집회, “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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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도 무시한 원희룡 퇴진, 나 몰라라 하는 문재인 정부 책임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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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 저녁 6시 광화문 파이낸셜 빌딩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을 촉구하는 첫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보건의료노조, 건강보험공단 노조,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과 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자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 1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원희룡 도지사를 규탄했다.
“일종의 투표라 할 수 있는 공론조사까지 무시한 원희룡 도지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를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제주도민들과 함께 원희룡 도지사 퇴진을 위해 싸울 겁니다.”(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 건강을 파괴하는 영리병원 도입을 철회시키기 위해 지난 12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와 전국지부장단 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결의했습니다. 원희룡 도지사가 당장 영리병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사회자는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을 초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던지며 답변을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변혜진 상임연구원은 원희룡 도지사가 이번 영리병원 허가 방침을 발표할 당시 제주도청 앞에서 시위하고 기자회견장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제주도청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리병원을 승인한 보건복지부는 전 장관이든 현 장관이든 이 사업계획서를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더는 영리병원 허용 안 한다’라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복지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되돌리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장관이나 정권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박능후 장관은 책임지고 승인을 철회하든지 물러나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필자는(장호종 노동자연대 활동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박근혜 정부 때 하던 요구를 내걸고 싸우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때와는 다른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똑같이 영리병원 반대 요구를 내걸고 여기서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KTX는 사고가 나고 온수관이 터지고 통신이 끊겼습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모두 박근혜가 한 일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원희룡을 말리지 못한 게 당연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오던 날 병원 부대사업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규제프리존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가 어떻게 원희룡을 말리겠습니까. 이제 우리 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항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광화문 광장을 휘젓고 있는 우파들에도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습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문재인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을 폭로하며 이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자는 다음 주 금요일인 21일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을 호소하며 집회를 마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집회에도 참여했다.
한편, 같은 날 5시에는 제주도청 앞에서도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도지사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