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
웹하드 카르텔의 “공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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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2일(토)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불편한용기’가 주최하는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 시위”가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수만 명의 여성이 광화문을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오후 4시 경에 7만여 명이 왔다고 발표했고, 집회 막바지에는 11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시위가 마무리될 때까지 참가자들이 계속 들어왔다.
이날 시위는 올해 5월에 시작된 불법촬영 항의운동의 마지막 시위였다. ‘불편한용기’는 이번 시위 이후 시위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집회 사흘 전에 밝혔다.
그러나 여성 차별에 대한 분노는 전혀 식지 않았고 여성들의 투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기세 좋은 여성들의 외침이 카랑카랑 집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동안의 집회처럼 젊은 여성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십대 여성들도 많이 왔다.
참가자들은 편파판결과 불법촬영물을 규탄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무엇보다 웹하드 카르텔 규탄이 두드러졌다.
대중적·전투적인 이 운동이 가한 압력 덕분에 ‘몰카 제국의 황제’ 양진호가 구속되며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최근 양진호의 검·경 로비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웹하드 업체들과 문재인 정부가 유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웹하드 업체들의 협회인 DCNA의 전직 간부들이 민주당원들로 밝혀지기도 했다.
‘(주)대한민국 웹하드 대표이사 청와대’
주최 측은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웹하드 대표이사 청와대”가 적힌 팻말을 만들어 나눠줬고, 무대 디자인도 청와대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며 “대한민국 웹하드 대표이사 청와대” 구호를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다고 사회자가 지적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웹하드 카르텔) 문제를 적극 방관해 온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웹하드 대표이사 청와대” “들킬까 봐 무서워서 불용시위 먹금했냐[무시했냐]” “문재인! ! 국민들이 명령한다/아가리페미[말로만 페미니스트] 남대통령 사죄하라/첫눈왔다 탁현민 좀 내보내라/알탕카르텔 문재인 때려쳐랴”
참가자들은 이런 청와대 비판 구호들을 함께 외쳤다. “웹하드 카르텔 돈은 결국 누구 손에 들어갔을까” 등과 같은 팻말을 참가자들이 손수 만들어 오기도 했다.
국회도 비판받았다. 사회자는 “웹하드 카르텔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카르텔이었음이 밝혀졌는데 국회에서는 이 문제는 언급조차되지 않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임시 국회까지 열어 논의하는 민생 법안에 왜 이것들은 포함되지 않는가? 여성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일갈했다.
참가자들은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뿐인 말은 집어치우라”며 “국민 반쪽만 챙기지 말라”는 의미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항의 문자를 집단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주최 측은 국회에 12월 10일 발의된 ‘웹하드 카르텔 방지 5법’을 빨리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 권미혁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불법정보의 유통 방지책, 피해자보호 강화, 범죄수익 몰수·추징 강화 등이 담겨 있다. 특검을 통해 정재계 웹하드 카르텔을 샅샅이 조사하라는 요구도 성명서에 들어 있다.
사회자는 웹하드 카르텔을 규탄하며 “범죄 양산하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도 똑같이 범죄자”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구호 선창을 따라 “못잡는 척 삭제 못해 염병한다”, “알고 보니 웹하드랑 손잡았네” “여자 팔아 쌓아 올린 아이티 강국” 등을 함께 크게 외쳤다.
한편, 사회자는 이전 정부와 현 정부 하에서도 ‘여성 혐오’가 계속 일어났다며 “우리는 특정 정권,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집회를 우파의 탄핵 집회와 관련 짓는 친민주당 쪽의 온라인 비난을 의식한 듯하다.
6차 집회 성명서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여성들의 분노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며 여성들을 이용하기 급급하다.”며 공식 정치권을 모두 비판했다. 우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구가 처음으로 다음과 같이 들어갔다.
“보수진영은 여성들 속에 녹아들어 여성이 여성들의 의제가 아니라 정치색을 띠고 보수진영의 의제를 전파하도록 교묘하게 판을 짜며 위선을 떨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이 단 한 번도 여성의 인권에 관심 둔 적이 없음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완전히 옳은 말이다. 주최 측이 (주류 언론들의 용어법을 따라) 민주당을 “진보진영”으로 부른 것은 적절치 않지만 말이다.
삭발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사회자는 이것은 “탈코르셋의 의미뿐 아니라 우리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에는 삭발 퍼포먼스에 유난히 신청자가 많았다고도 했다. 삭발자들은 이 집회에 참가해서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며 “여성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는 마지막이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는다’는 정서가 집회장 곳곳에서 흠뻑 느껴졌다. 사회자는 “같은 자매가 피 흘리고 있기에 저희는 멈추지 않습니다”, “끝까지 갑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참가자 모두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어두워진 저녁 하늘을 수만 개의 핸드폰 불빛이 수 놓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참가자들은 “남대통령 사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병폐 척결”, “웹하드 카르텔 방지 5법 통과” 등의 요구가 낭독될 때마다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국회에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언론은 선정적 보도를 멈추라는 요구에도 호응이 컸다.
사회자는 “불편한 용기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했고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