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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노조 하루 파업 예고:
부도덕 경영진의 노동개악에 대한 정당한 항의

2018년 12월 26일 임단투 승리를 위한 KB국민은행지부 총파업 결의대회 ⓒ출처 금융노조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예고한 1월 8일 하루 파업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산별 노사 합의 이후 9월부터 개별 교섭을 이어왔지만 해를 넘겨도 제대로 합의된 게 없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에서도 은행측은 중노위의 조정 의견을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노동자간 차별 시정을 위한 요구에 진전이 없다.

임금체계 개악을 밀어붙이려고 사측이 완강하게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반노동 기조도 한몫 했을 것이다. 노조는 최고 경영진의 채용 비리와 노조 탄압을 이유로 KB금융지주 회장인 윤종규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임단협 결렬은 이에 대한 경영진의 보복 성격도 있는 듯하다.

만일 1월 8일 새벽까지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2000년 12월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강제합병에 반대해 벌인 7일 간 파업 이후 19년 만에 첫 단독 파업을 하게 된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신입행원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폐지,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시 계약직 근무 경력 인정, 임금피크제 진입시점 연장,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미지급 시간외수당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이 요구들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페이밴드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페이밴드는 일정한 기간에 승진을 못하면 호봉 인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모든 직원이 다 승진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페이밴드는 연공급제를 약화 또는 해체하는 효과를 노리고 도입되는 제도다. 노동자 몫의 임금비용이 전체적으로 줄어서 노동자들끼리의 실적·승진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노동자들의 평균 실질 급여는 감소하고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며 파편화되는 것이다.

호봉제를 약화시키려고 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연달아 추진하려는 직무급제와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제도인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2014년 이후 입행한 직원들에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조에 전 직원 확대 적용을 요구한 것이다. 최근에는 직급 체계를 5개에서 10개로 늘리려고 한다. 대부분 기업들에서 직급체계 간소화를 추진하는 추세이고, 금융당국도 직급체계 간소화를 적극 권고해 온 것과 다른 방향이다.

그동안 각 영업점 직원의 재량권이 점차 줄어서 가령 현재의 차장이 예전 대리보다도 재량권이 없는 상황이므로 직급체계가 간소화되는 게 자연스런 추세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직급을 여러 단계로 둬 승진 압박을 키우는 것은 직급별 기본급을 동결하는 페이밴드 제도의 효과를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현실적으로 직무와 직급이 연결되게 마련이니 직급을 잘게 쪼개는 건 그런 의심을 더욱 키운다.

그밖의 쟁점은 허인 행장이 약속한 대로 2018년 경영 성과에 따른 보로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있다. 은행 성과로 보나 초과노동과 실적 압박의 현실을 보나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고참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그리고 기간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민감하다. 페이밴드가 모든 신참 직원들 차별이라면, 이 안건들은 고참 직원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문제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은 산별 합의를 지부에 적용하는 것인데도 사측은 거부를 하고 있다.

사측은 또한 정규직 전환 기간제 노동자들의 ‘과거 근속기간을 전부 인정할 경우 인사운영체계 전반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며 반대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차별은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사측은 주당 52시간 제한을 훨씬 넘는 노동시간과 실적 경쟁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면서, 차별 시정 등을 통한 정당한 보상은커녕 더 억눌러 쥐어 짤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고가 아닌 지병 등으로 10명이나 되는 직원이 사망하였다. 대부분 과도한 업무량 및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이다. 5월에는 상관에게 실적 압박을 심하게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사측의 태도가 워낙 사악해 12월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도 투표 조합원의 96퍼센트인 1만 115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전 조합원 대비 80퍼센트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 조합원들의 투쟁 결의대회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파업 투표를 하루 앞둔 12월 26일 저녁 여의도 본점 투쟁 결의대회에는 수천 명이 모였다.

이후에도 사측은 교섭을 계속 거부하면서 성과급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 ‘귀족노조의 지나친 제 밥그릇 챙기기’ 파업이라는 것이다.

언론을 통한 직원 힘빼기 뿐만 아니라,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2016년 9월 노동개악 반대 금융노조 산별 파업 때부터 파업 참가자들을 인사 기록에 남겨 관리해 왔다고 노골적으로 밝히며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있다.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데 협박을 받는다는 것에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노동자들은 법의 추상적 문구보다도 노동자와 사용자의 적대가 더 실질적인 현실임을 느끼고 있다. 싸워서 얻어내야 진짜 권리가 되는 것이다.

귀족노조를 비난하는 국민은행 사측이야말로 노동조합 선거 개입, 신입 사원 채용 비리, 입사시험지 문제 유출 등 진짜 부패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비록 검찰이 KB국민은행의 실질적 경영자인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를 기소하지 않는 바람에 재판조차 가지 않았지만, 국민은행 채용비리 실무자들에 대한 1심 판결문은 실질적으로 윤종규 회장의 행위가 채용 비리임을 가리키고 있다.

윤종규 회장측은 그동안 청탁 대상자들을 채용팀에 문의한 것은 합격 여부만 알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는데, 재판 판결문은 “공개 채용 절차에서 공식적인 합격자 발표 전에 미리 합격 안내를 받으려는 것 또한 청탁”이라고 밝혔다.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은 누구인가?

채용비리 경영진 퇴진을 함께 요구해 온 금융노조는 파업 돌입시 지원을 약속했다. 파업을 하게 되면 집회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8일 하루종일 진행된다. 노조는 전날인 7일 저녁부터 같은 장소에서 전야제를 개최하고 밤샘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물론 늘 그렇듯이 파업을 앞두고 막판 (끝장) 교섭이 진행될 것이고, 따라서 타결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보여 온 사측의 태도를 볼 때, 핵심 안건에서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노조도 차별 시정 요구들에서 원칙과 명분을 지켜야 한다. 임단협 파업 경험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단호한 태도로 조합원 참가 설득을 우선하는 것이 요구 성취와 조직 강화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국민은행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은 정당하다. 정당한 권리 요구이자 부패한 경영진에 대한 항의다.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