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내국인들이 함께 모여:
우애와 활력이 넘친 ‘난민과 함께하는 환영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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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환영의 날’ 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렸다. 이 행사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주최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난민혐오 반대와 난민 권리 보장을 위한 운동을 적극 벌여나가기 위해 2018년 11월에 결성된 연대체다. 9월 16일 난민 연대 집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이 결성 계기가 됐다. 이번 행사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연 올해 첫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우애와 활력이 넘치는 자리였다. 난민들과 내국인들은 함께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고 난민 차별에 함께 맞서자고 다짐했다.
60여 명이 참가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그중 절반가량이 난민들이었다. 이집트와 예멘 출신 난민들이 특히 많이 참가했다. 난민들에 연대하기 위해 온 필리핀 공동체 카사마코의 이주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헬프시리아 압둘 와합 사무국장도 방문했다.
내국인들도 많이 참가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온 수녀님, 오산에서 난민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 중인 목사님들, 수원에서부터 해물파전 재료를 준비해 온 활동가, 얼마 전 난민 혐오 반대 대학생 집회를 연 대학생들, 노동자들 등등. 지난해 추방 위기에 처했던 이란 청소년의 난민 인정을 위해 함께 싸운 교사와 학생들도 참가했다.
행사는 크게 간담회와 문화행사로 이뤄졌다. 간담회는 난민들 자신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난민들은 앞다퉈 발언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 보였다. 난민들이 생생히 전한 현재 상황을 들으며 정말이지 해결돼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몇 이집트 난민들은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의 인종차별적 태도를 성토했다.
“이들은 난민이 일종의 침입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난민을 쫓아내기 바쁘다. 난민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보호받기 위해 왔는데, 비자 연장을 위해 방문할 때마다[난민 신청자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출입국사무소에 체류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출입국사무소에서 또 다른 전쟁을 겪고 있다.”
특히 난민들이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얼마 전 내 딸이 열이 펄펄나서 엠뷸런스를 불렀는데, 내일이나 돼서 오겠다고 했다. 의료 서비스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도 난민들은 차별받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한 예멘 난민은 인도적 체류 허가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
“예멘은 지난 100년간 최악의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약 500명 중 고작 2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인도적 체류 지위로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해외로 이동하거나 가족을 데려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평생 이 나라에서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오로지 전쟁 때문에 온 것일 뿐이다. 우리가 한국 사회에 짐이 된다고 보는 건 말도 안 된다.”
난민들은 난민법이 개악돼 난민 인정이 더 어려워질까 봐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참가자들 모두 난민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경청했다.
한 이집트 난민은, 현실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것을 넘어서 인종차별과 기본적 권리 제약에 맞서 어떻게 싸울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계획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3월 21일 인종차별철폐의 날에 맞춰 목소리를 내고, 그 길목에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난민법 개악의 문제점을 알리자는 등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카사마코의 한 회원은 “문제의 근원인 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싸워야” 하고 난민 운동과 이주민 운동이 연대를 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순천이주민센터의 솔리나 수녀는 지역 출입국사무소마다 난민들에 대한 권리 인정 정도가 다르다며, 난민들이 출신국을 넘어 서로 정보를 교류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는 승리하리라”
내국인들의 연대 활동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다. 특히 이란 청소년의 난민 인정을 위해 캠페인을 벌여 승리한 오현록 교사와 학생들은 큰 박수를 받았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굳건히 싸워 승리한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오산에서 난민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디아코니아 홍주민 목사는 “성서는 창세기부터 온통 난민 이야기이고 예수는 태어나자마자 난민 신세로 이집트로 피신 간다” 하며 난민을 혐오·배척하는 일부 기독교 세력은 “가짜 교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행사에서는 예멘 노래와 이탈리아 민중의 노래 ‘벨라차오’, 흑인 민권운동에서 많이 불려진 ‘We Shall Overcome(우리는 승리하리라)”을 함께 불렀다. “우리는 승리하리라” 노랫말을 함께 부른 순간은 특히 감동적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영어와 아랍어 통역이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언어는 달라도 난민 차별에 반대하는 데서는 한마음 한뜻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난민들은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따뜻한 환대를 받은 것에 크게 고마워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측은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번 행사를 발판으로, 난민들과 연대하고 난민혐오에 반대하며 난민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 하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