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2차 잠정합의:
사측이 한발 양보했지만 여전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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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4일 만인 1월 29일 다시 잠정합의가 이뤄졌다.
새 잠정합의안은 1차 잠정합의가 부결된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과 일렉트릭의 기본급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금 동결이었던 1차 잠정합의보다 나아진 것이고, 현대중공업의 경우 4년 만에 기본급이 인상된 것이다.
1차 잠정합의가 부결되고서 새 잠정합의가 나올 때까지 노조가 사측의 양보를 압박할 수준으로 투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사측은 최근 노동자들의 분위기를 살핀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정책에 분노한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는 조짐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59퍼센트 가까이가 반대해 1차 잠정합의가 부결됐다. 불과 사흘 뒤에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가가 무산됐다. 이것 또한 기층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경사노위 참가가 무산된 다음 날 사측이 철옹성 같던 임금 동결을 철회하고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사측이 기층의 열기를 의식한다는 증거다.
이번 임금 인상안은 사측에게 양보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 준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수주 목표량을 초과 달성했고, 최근 현장의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 사측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빨리 정리하고 싶었을 수 있다. 신임 사장들이 자신들의 통제력을 보일 필요도 일부 작용한 듯하다.
2차 잠정합의에도 여전히 “[노조가] 수주, 생산, 품질, 안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사측은 임금에서 작은 양보를 하더라도 노조의 생산 협력이 더 이익이라고 여겼을 수 있다.
사라지지 않은 문제들
사측이 임금 양보를 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 우선, 분할사별로 임금, 성과급 등의 차등 인상 적용이 유지됐다. 새롭게 임금 인상안이 나온 현대중공업과 일렉트릭도 인상액이 다르다.
우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소속의 같은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사측의 비겁한 이간책인 임금·성과급의 차등 인상에 반대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을 받았던 일렉트릭 노동자들은 지난해 실적이 악화하자 구조조정으로 고통받았다. 사측은 우리를 이간질해서 각개격파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시도에 반대하고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사측은 적어도 분할사 중 가장 임금 인상이 높은 건설기계와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다른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1차 잠정합의안에서 지적된 다른 문제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노조가] 수주, 생산, 품질, 안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조건 악화를 낳을 수 있어, 노조가 사측의 공격에 무력해질 수 있는 약속이다. 무엇보다 실적 악화는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무한 이윤 경쟁으로 손실을 초래한 것은 사측이다. 따라서 노조는 사측에게 협력할 것이 아니라 비겁하게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측에 책임을 묻고 잘못된 것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사측의 노조 개입 문제가 아무 해결도 되지 않았는데 노조가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내용이 살아 있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 내용도 여전히 없다.
종합하면, 2차 잠정합의안은 임금이 조금 인상됐지만 여전히 지지할 수 없는 안이다.
따라서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사측이 양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조합원의 진정한 염원이 담긴 잠정합의안이 나오도록 자신감 있게 2차 잠정합의안에 반대 표를 던지자!
압도적인 반대로 이번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 지부를 비판하고 그 힘으로 당당히 사측에 맞선 투쟁을 벌여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