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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바커(1939-2019):
아래로부터 사회주의에 헌신한 마르크스주의자

2월 5일, 콜린 바커가 세상을 떠났다. 1월 23일 에릭 올린 라이트가 작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한 명의 출중한 사회주의자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콜린 바커는 토니 클리프가 오늘날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전신인 국제사회주의자들(IS)을 결성할 당시 합류한 탁월한 지식인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콜린 바커는 옥스퍼드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60년대 초 IS에 가입했다. 바커는 맨체스터로 이사해, (지금은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교가 된) 맨체스터폴리텍대학 강단에 섰다. 그는 평생의 파트너이자 동지였던 이와와 함께 맨체스터에서 자녀들을 키웠다.

1960년대 내내 콜린 바커는 클리프와 긴밀히 활동했다. 특히 그들은 급속히 변모하는 노동계급의 발전상을 추적하고자 했다. 둘은 《소득 정책, 입법, 그리고 직장위원》이라는 짧은 책을 함께 썼다. 이 책은 1970년대 초반 현장 조합원 운동의 분출을 예견했다.

1970년대 동안 콜린 바커는 마르크스주의 잡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서평란 편집자였다. 그가 내게 서평 기고를 요청한 이후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가 됐다. 콜린 바커는 나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내 실수들을 친절하게 바로잡아 주고 내 멍청한 짓들을 교정해 주곤 했으며, 내게 글 쓰는 법을 가르쳐 줬다. 나중에 그는 내 첫 저서 《알튀세르의 마르크스주의》를 편집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바커는 그 일을 그다지 즐기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끈기 있게 해 줬다.

나를 비롯해 여러 세대에 걸친 젊은 사회주의자들은 콜린 바커를 지적 멘토로 삼았다. 우리 모두 그의 따뜻함, 친절함, 유머감각에 흠뻑 빠졌었다. (그가 웃기기 시작하면 주변 모두가 나자빠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멘토로 삼았던 것은 바커의 성품 때문만이 아니라 지적 투철함 때문이었다.

콜린 바커의 지적 투철함은 1970년대에 벌어진 국가와 자본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에서 빛을 발했다. 이 논쟁은 숱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이 뛰어든 중대한 논쟁이었다. 바커는 다른 사람들이 놓쳤던 두 가지 핵심적 통찰을 제시했다. 첫째, 자본으로서의 국가. 국가는 단지 자본 축적의 조건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자본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국가들은 경쟁 체제 속에서 “복수로[여럿이]” 존재한다. 콜린 바커는, 일찍이 토니 클리프가 발전시킨 국가자본주의 이론에서 이런 통찰을 이끌어 냈다.

콜린 바커는 결코 순수 이론의 영역으로 후퇴하지 않았다. 1970년대 말에 바커는 반나치동맹(ANL) 결성 과정에서 능동적 구실을 했다. 1980~81년에 폴란드에서 ‘연대노조 운동’이라는 거대한 노동자 투쟁이 분출했을 때, 콜린 바커는 폴란드계인 이와가 이 투쟁을 현장 취재하는 것을 도왔다. 연대노조 운동이 군부 쿠데타에 짓밟히자, 이와와 콜린 바커는 이 패배의 의미를 다룬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특별호를 쓰기도 했다.

《혁명의 현실성 — 20세기 후반 프랑스, 칠레, 포르투갈, 이란, 폴란드의 교훈》 콜린 바커 외 지음, 464쪽, 18,000원, 책갈피, 자세히 보기

콜린 바커의 명저 《억압받는 자들의 축제》는 바로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을 다룬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엮은 《혁명의 현실성》(책갈피, 2011)에서도 폴란드 연대노조 운동을 다뤘다. 이 책은 1968년 5월 프랑스 노동자 저항부터 1978년~79년 이란 혁명까지 [혁명의 현실성을 보여 주는] 사건들을 다룬 선집이다.

콜린 바커는 계속해서 마르크스주의 국가 이론에 관한 작업을 이어 나갔고, 대개 초안의 형태였던 그 작업물들은 훗날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하지만 점차 그의 지적 관심사는 사회 운동의 본질과 동학에 관한 문제로 옮겨갔다.

언제나 그렇듯 여기에도 정치적 연결고리가 있다. 콜린 바커는 영국 노동계급 투쟁이 부상하기 직전이던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영국 노동계급 투쟁의 동학을 연구했다. 이와 꼭 마찬가지로, 그는 자본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 1999~2001년에 거대한 운동이 분출하기 직전에 그 거대한 운동들을 분석할 담대한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을 도출해 냈다.

《21세기 사회주의》 콜린 바커 지음, 125쪽, 3000원, 노동자연대, 자세히 보기

콜린 바커는 매년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사회 운동 컨퍼런스’를 조직했다. 그는 학술 영역과 운동 사이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급진적인 지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했다. 이 활동과 그 자신의 지적 업적에 더해 그가 젊은 세대 학자들을 끊임없이 격려했던 덕에, 강단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졌다.

2012~13년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직면했던 심각한 당내 위기에, 콜린 바커는 그가 50년 넘게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회주의노동자당 동지들이 무척이나 비통했다.

하지만 콜린 바커가 당을 떠난 이후에도 우리가 함께한 기나긴 여정에서 가꿔온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2월 3일에 친구들과 동지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일에도,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전망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는 국제사회주의 전통의 중추와도 같은 것이다. 콜린 바커를 애도할 때면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전망과 함께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와 바커와 그들의 딸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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