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될까?
〈노동자 연대〉 구독
2월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양측은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베트남은 수년 전부터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협력했고 한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급속히 가까워졌다. 트럼프가 괜히 베트남을 두 번째 정상회담 장소로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6월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지난해 7월 북한 당국은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북한에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강요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11월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북·미 관계에서 “서두를 것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미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8개월 만에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날 것이다.
2월 6일 국정연설에서 트럼프가 북한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보면, 트럼프가 두 번째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의 하나를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대통령이 안 됐다면[즉, 민주당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면],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민주당과의 쟁투를 의식한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정상회담의 한 배경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200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잃었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경을 집중하기 위해, 미국은 다른 지역의 문제는 상황 악화를 막고자 관리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아이러니이게도 트럼프한테 똑같이 정권 교체 위협을 받았던 북한은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다.
“상응 조치”
현재로선,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어떤 합의를 낼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일정하게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꽤 있지만 말이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북한의 ‘영변핵시설 폐기와 사찰+알파’와 미국의 “상응 조치”로 모아진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 금강산 관광의 조건부 재개(북한에 현찰 대신 현물을 주는 조건),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또는 불가침 선언) 등이 거론된다.
이런 얘기가 나옴에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제재 완화가 “상응 조치”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북·미 양측의 견해차가 뚜렷하다. 물론 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대북 경협 등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떠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청와대는 제재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양측의 의제를 보면, 10여 년 전에 6자회담에서 논의된 바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당시에는 영변핵시설 “폐기”가 아니라 “불능화”라고 불렀지만 말이다. 2007년에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영변 핵발전소 냉각탑이 폭파되는 장면을 봤었다.
그리고 2006년에 당시 미국 대통령 부시가 공식적으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바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말이다.
협상의 의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으나, 그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북한의 핵능력은 10여 년 전보다 크게 향상됐다. 당시에도 쉽지 않았던 비핵화는 이제 더 어려운 문제가 돼 있다. 초기적인 비핵화 조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고, 정상회담을 해도 “검증”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비핵화 “검증”은 과거에 여러 차례 북·미 협상을 좌초시킨 쟁점이었다.
무엇보다, 2000년대에 열린 6자회담의 당사국들 중에 한반도 주변 4대 열강(미·중·일·러)의 관계는 훨씬 악화해 버렸다. 상대방을 공공연히 경쟁자라고 지목하는 지경이다. 2000년대 6자회담의 성패도 결국 회담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달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변화는 앞으로 북·미 협상의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중장기적 전망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국정연설에서 국내 정책뿐 아니라 대외 정책에서도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그리고 중국 등 경쟁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중국에게는 “불공적 무역 관행을 바꿀 구조 변화”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 지속 외에도 러시아와의 중거리핵무기조약(INF) 탈퇴와 미사일방어체제(MD) 강화를 공언했는데, 이것은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 온 북한 ‘위협’론과 분리되는 문제가 아니다.
노벨평화상
개혁주의자들 일각에서는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명분이었던 ‘북한 문제’가 미·중 간의 협력 소재로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가능하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혁주의가 제국주의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음을 반영한다. 한반도가 제국주의 국가들 간 경쟁의 한복판에 얽혀 있다는 점이 한반도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적 경쟁은 앞으로 계속 악화할 것이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미국이 남중국해에 전함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네 번이었는데, 트럼프는 집권 2년 만에 무려 11번이나 남중국해에 군함을 보내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헝가리에서 중국 화웨이 제품을 쓰는 국가는 미국의 동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을러댔다.
구한말에 경험했듯이, 경쟁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특정 강대국 편에 서서 평화와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 지도자들의 합리적 선택으로 항구적 평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대중의 평화 의지를 엉뚱한 데 이용하거나 심지어 우습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2월 18일 청와대 발표를 보라. 베네수엘라 쿠데타를 사주하고, 국경에 장벽을 쌓고 군대를 보내 이주민·난민을 막겠다는 자에게 평화상 운운하는 것은 눈 뜨고 못 봐 줄 꼴불견이다.
2월 28일 베트남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내놓을 결과와 상관없이, 아래로부터의 반제국주의적 평화 운동을 건설할 필요성은 여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