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 파업권 제한, 국민연금 개악 ... :
경사노위는 노동 개악 강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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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오는 3월 7일 2차 본위원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안 등 최근 산하위원회를 통과한 합의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에서 합의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안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법정 노동시간의 한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 최대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연장근무 수당 등 임금 손실도 크다. 시급 1만 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단위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연간 임금이 평균 78만 원 깎일 것으로 전망된다(양대노총). 최저임금을 ‘줬다 뺏기’ 하더니 주 52시간제도 시행하자마자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보완책이 마련돼 있다지만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혹은 협의만 하면 무시할 수 있게 해 놨다. 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도록 해 놨지만, 구체 내용과 기준이 불분명해 사용자가 대충 만들어도 된다. 설사 신고하지 않아도 과태료만 물면 된다. 이 역시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만 하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경사노위 산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로사 방지법’도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안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과로사 방지를 위해 법률 제정을 권고할지 기존 산안법 개정을 권고할지도 못 정한 상태인데, 법률 제정을 권고하더라도 노동시간 등 구체적 내용은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로사 방지’라는 용어도 제외하기로 해 실제 내용은 상징적인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 최근 합의가 불발돼 7일 회의에는 상정될 가능성이 낮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는 사용자들의 요구인 단체협상과 쟁의행위 관련 제도 ‘개선’을 논의해 왔다. 그 내용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와 과태료·배상명령제도 신설, 유니온숍 조항 삭제·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 신설,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 쟁의기간 중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파업 찬반투표 유효기간 60일 설정 등 개선은커녕 말도 안 되는 개악안들이다.
사용자들은 공익위원안 발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사용자 측의 요구가 상당히 반영된 안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개선을 발표하겠다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합의문”에는 크게 네 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근로빈곤대책(고용안전망), 노인빈곤대책,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사회서비스 강화. 그러나 추상적인 방향만 제시한 이 합의문은 반년이 지나도록 전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합의 이전에 발표한 정책 외에 나아진 게 거의 없고,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2월 8일에 열린 국민연금 특위에서는 연금 개악의 ‘원칙’이 합의됐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인상은 동시에 추진하되, 보험료와 연금급여의 수급불균형을 줄여 나간다.”
앞부분은 ‘보험료 인상 없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없다’는 뜻이고, 뒷부분은 심지어 연금 인상분보다 보험료 인상분이 더 커야 한다는 뜻이다. 노인빈곤 해결보다 ‘재정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고약한 논리가 작동한 결과다.
회의 결과를 보면, 특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 연금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매우 소극적으로 문제제기 했을 뿐 이런 원칙에 동의한 듯하다. 정부는 4개 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그중 ‘더 내고 그대로 받거나, 훨씬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안으로 논의가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경사노위가 노동 개악 강요를 위한 기구라는 사실이 매우 명확해졌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했다면 이런 야합에 무기력하게 당하거나, 중도 탈퇴했어야 했을 텐데 이는 노동자들이 개악에 맞서 싸울 자신감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가 아니라 실질적 파업을 조직해 이런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