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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생활체육지도자들:
정규직화 약속받았는데 온갖 갑질에 권고사직이라니?

"체육회 갑질 백화점" 비리와 갑질이 만연한 민간위탁의 문제점이 생활체육지도자 사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양효영

정규직화까지 약속받은 지자체의 민간위탁 체육회에 소속된 생활체육지도자들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

12월 10일, 서울 강동구 생활체육지도자들(공공연대노동조합 소속)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동구체육회는 노조탄압에 이은 전 조합원 해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2월 7일, 강동구체육회가 노조원 전원에게 권고 사직 신청서 작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약 2700명 규모인 생활체육지도자들은 각 지역에서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나 동호회 등에 체육 강습을 제공해 왔다.

다른 많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처럼 생활체육지도자들도 열악한 처우에 시달려 왔다. 노동자들은 매년 재계약을 맺는 계약직으로,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그리고 계약 권한을 쥐고 있는 지역 체육회의 ‘갑질’에 시달려 왔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약간의 수당이 임금의 전부다.

“10년차인 직원하고 1년 차인 직원이 임금이 똑같아요. 말 그대로 계약직인 거죠. 명절 상여금도 자체 기금에서 회장이 주고 싶을 때 줬습니다.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많았고, 회장의 개인적 심부름을 시키고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도 있었어요.”(이경주 공공연대노조 서울생활체육지도자지회 강동구분회장)

생활체육지도자 사업은 문체부와 서울시가 예산을 주고, 구청이 지원금을 일부 지급한다. 사실상 정부 예산으로 정부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사권 등 노동 통제 권한은 체육회가 쥐는 구조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체육회 회장들의 ‘갑질’, 성희롱, 해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저희가 11월에 재계약을 위한 평가가 있습니다. 그때 회장들이 자기한테 대들었던 거, 마음에 안 들었던 거 그런 것을 평가로 넣습니다. 그러면 11월부터 ‘레이스’에 돌입하게 되죠. 어떻게 좀 잘 봐달라 하면서요.”(권병관 서울생활체육지도자지회 지회장)

"쥐같은 새끼들" 강동구체육회 노동자들이 들은 폭언과 모욕적 발언들을 팻말로 들고 있다 ⓒ양효영

정부의 무책임 속에 방치된 체육회 ‘갑질’

그래서 지난해부터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올해 8월 문체부가 생활체육지도자 직종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문체부)의 무책임한 태도 속에서 정규직 전환이 계속 지연돼 왔다. 문체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처우 개선 등 구체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고, 정규직 전환위원회 구성도 기초단체(시군구) 체육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사실상 회장이 10여 명 남짓한 노동자의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사업장에서 정규직 전환 논의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사실상 민간위탁 정규직화는 포기한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정규직화를 약속한 곳조차 열의 없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신속히 정규직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기초단체 체육회들에 의한 괴롭힘과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실제로 그 와중에 일부 체육회에서는 연말 재계약을 빌미로 각종 위협과 괴롭힘이 더욱 심각해졌다. 강동구체육회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인 것이다.

강동구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들은 지난해 전 직원이 노조에 가입해 올해 초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노골적인 노조 탄압과 ‘노조에 가입하면 수당을 깎겠다’, ‘회사 계속 다니고 싶으면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라’ 하는 폭언이 돌아왔다. 노조 분회장의 직급을 강등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체육회의 채용 비리를 비판해 온 것도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요소였을 것이라고 본다. 회장이 이미 채용 내정자를 정해둔 채로 형식적으로 공개채용을 연 것에 노동자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12월 10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은 강동구체육회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강동구청에 대해 이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현재 서울지역 생활체육지도 예산은 문체부, 서울시, 구청에서 지급하고 있는데,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고 방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진보당도 참가해 해고 사태를 규탄했다.

노동자들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서자 12월 11일 강동구체육회 측은 권고사직은 철회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현 체육회장이 존재하는 한, 해고와 노조 탄압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체육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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