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위탁택배 노동자 투쟁:
노동자들에게 적자 책임 떠넘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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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의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 700여 명이 모여 우정사업본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적자경영 책임전가 하지 말라”, “단협파기, 노조파괴 중단하라” 하고 외쳤다.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격인 우체국물류지원단과 2년마다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전국적으로 2000여 명에 이른다.
노동자들은 우체국위탁택배협회를 결성하고 활동해 오다, 2018년 4월 택배연대노조에 가입했다. 협회 시절 400여 명 수준에서 현재는 조합원 12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말에 임금·단체교섭이 결렬되자 노동자들은 투쟁을 준비했다. 조합원 99.5퍼센트가 참여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결국 파업 직전에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노동조합 활동 보장, 위탁택배노동자 차별 철폐, 휴일·휴가 보장, 근무환경 개선 등에 합의했다. 특히 물량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혼합파렛트’)를 해결하고, 조합원과 협의 없이 택배구역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짜 노동
그러나 단협을 체결한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약속은 파기되고 있다.
우선, 물량 분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위탁택배 노동자들도 민간 택배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2~3시간에 이르는 분류 작업을 ‘공짜 노동’으로 강요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을 한다.
단협 체결 당시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2월 말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300명을 집단해고 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또한, 일방적으로 배송구역을 조정하고, 오는 7월부터는 초소형 택배 물량을 위탁택배원이 아닌 집배원들이 배송하도록 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건당 수수료 형태로 임금을 받는 위탁택배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고, 소형택배를 넘겨받는 집배원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강화되는 것이다. 집회장에서 만난 한 위탁택배 노동자는 “임금이 30퍼센트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이런 공격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우편사업은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적자액이 1285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업무 외에 금융과 보험 부문에서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 흑자를 이용하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며 양질의 우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3월 25일 집회에서는 우정사업본부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약속해 놓고, 실천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거듭 제기됐다.
우정사업본부는 그동안 택배 서비스를 떠받쳐 온 위탁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도 앞에서는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 놓고, 뒤로는 노동조건에 공격을 주문하는 위선적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