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추석 기간 택배노동자 충원 합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상시적 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9월 21일부터 ‘택배 분류 거부’에 나설 계획이었다.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분류 작업 거부 찬반 투표에서 95.5퍼센트(4200명)가 찬성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찬반 투표에 비조합원 500여 명도 동참했다.

정부와 우정본부, 민간 택배회사들이 추석 성수기 동안 총 1만 3000여 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양보안을 내놓아 투쟁 계획은 일단 취소됐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민정 대책기구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번 양보안은 노동자들의 바람에는 못 미친다. 민간 택배회사들이 약속한 추가 인력 1만여 명 중 택배노동자들이 요구한 분류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2000여 명뿐이다. 노조는 이 부분에 3000~4000명은 더 투입돼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그럼에도 추석 기간 추가 인력 투입 방침으로 택배노동자들은 약간의 숨통이 트일 듯하다. 택배연대노조는 9월 23일부터 출근시간을 2시간 늦춘다고 밝혔다.

이번에 정부와 택배회사들이 부분적이나마 양보를 한 것은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압박했기 때문이다.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널리 알려져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여론의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경제 회생 실패와 개혁 배신, 정권 실세들의 부패와 위선이 터져 나오는 등 정부의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추석 택배 배송이 차질을 빚게 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미봉책

그럼에도 이번 양보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매년 증가세에 있는 택배 물량은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에 최소 20퍼센트가량 늘었다. 여기에 추석 특수까지 감안하면, 택배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50퍼센트가량 늘 것으로 예상됐다.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당 노동시간은 무려 71.3시간(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주 60시간 이상이면 과로로 인정)으로, 연간 3707시간에 이른다. 한국인 평균 노동시간(2018년 기준)의 2배다.

“코로나19 이후 물량이 늘어 오전 7~8시에 출근해서 분류 작업을 마치고 오후 1~2시 넘어 배송을 시작합니다.”(울산 지역 택배노동자)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중 분류 작업이 43퍼센트나 차지한다. 배송 수수료로 먹고사는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 작업은 ‘공짜 노동’이다. 택배회사와 대리점의 계약 해지 위협 때문에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분류 작업을 감당해 왔다. 일부 노동자들은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어 자비로 분류 작업 알바를 고용하거나 가족들을 동원해 배송을 나누기도 한다.

분류 작업 인력 부족 문제는 우체국 택배도 마찬가지다. 우정본부는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분류 작업 인력을 줄여 왔다. 이로 인해 우체국 위탁택배배달원들은 노동시간이 늘어났고,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국가기관인 우체국에서조차 분류 작업 인력을 줄이자, 민간 택배회사들은 인력 투입을 외면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러한 장시간·중노동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 택배노동자 12명이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8월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발표). 근로복지공단이 인정한 산재사망 7명 외에 과로사 사례 5건이 더 있는 것이다.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또한 택배노동자들은 업무상 사고로 연간 45퍼센트가 상해를 입었으며, 대다수가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고,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특성상 감정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반면, 월 순소득은 234만 원에 불과하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하루 14시간을 일하는데 수수료는 15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아 노동자들의 불만이 매우 큽니다.”(서울 노원의 한 택배노동자)

이렇게 택배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동안 택배회사들은 ‘역대급 특수’를 누리며 배를 불렸다.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420억 원, 527억 원, 16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30퍼센트 급증했다. 코로나19의 지속으로 당분간 이 추세는 유지될 듯하다.

택배 노동자들의 중노동과 과로사를 해결하려면 대폭적인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 이번 정부와 택배사들의 양보를 발판 삼아, 노동자들의 조직과 행동이 더 확대되어 더 큰 성과를 쟁취하길 바란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