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주차 노동자 작업공간 개선 요구:
“매연과 습기 말고 햇빛 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몇 달 동안 이화여대 주차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대분회 소속)은 먼지와 소음 때문에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작업공간(주차관리소 [사진1])을 지상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관리소 곳곳에는 먼지와 검댕이 끼여 있다. 커다란 공기청정기를 두 대씩 돌리고 두 달에 한 번씩 청소하는데도 먼지를 막을 수가 없다. 한 여성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생전 없던 비염이 생겼고 코 한 쪽이 항상 헐어 있어요”, “감기 한 번 걸리면 두 달씩 앓아요.”
끊임없는 환풍기 소리도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소음 때문에 귀가 잘 안 들려서 목소리를 크게 내다 보니까, 아내가 ‘왜 싸우면서 전화를 하냐’고 할 정도죠.”
게다가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이 공간에서 업무를 본다. 휴게실도 없다.
학기 초에는 하루에 4000~5000명이 주차장에 들락거려서 사실상 문을 열어 놓고 근무한다. 그런 날은 점심도 먼지투성이 사무실에서 먹어야 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이런 상황이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햇빛은 생체 리듬을 조화롭게 하고 꼭 필요한 비타민D도 합성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햇빛 부족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주차장 미세먼지는 심장병과 중풍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입니다.
“연속적인 소음은 더욱 해롭습니다. 청력 저하뿐 아니라 혈압과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죠.”
이런 열악한 조건을 〈노동자 연대〉가 폭로하고, 이어 〈이대학보〉도 보도하자, 학교 안전팀 관계자는 “아무리 환기를 한다고 해도 지하 공기가 지상에 비해 나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학교가 대안으로 내놓은 공간들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첫째 장소는 ‘벙커’라 불리는 창고인데 창문이 없어서 햇볕도 안 들고 습기가 차 있다.
게다가 기존 사무실보다도 작다. 기존 사무실도 CCTV 등 때문에 노동자 10명이 비좁게 지내는 상황이다.
그런데 학교 당국은 제대로 된 장소를 내놓긴커녕 노동자들더러 ‘벙커’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 부정적 이미지 가리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한 노동자는 황당해 하며 말했다. “우리가 보기엔 벙커인데 그럼 뭐라고 하죠? 대피소?”
둘째 장소는 무너질 것 같은 폐건물이다[사진2]. 콘크리트도 부서져서 녹슨 철근이 다 드러나 있다. 천장에선 석회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부수고 다시 짓는 게 빠를 것”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 줄 마음이 없는 게 문제
학교 당국은 달리 공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지난 몇 년간 신축 건물들을 지어 왔다. 관광객을 위한 고급 카페, 기념품 가게는 몇 개월 만에 뚝딱 짓곤 했다. 대규모의 산학협력관도 확대해 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부실한 수업 공간(인문대 건물 천장 붕괴가 대표적)과 동아리방 부족으로, 노동자들은 열악한 휴게실과 작업공간으로 고통받았다.
공간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학생·노동자보다 관광객과 기업의 편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게 문제다.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학교 당국은 주차료를 쏠쏠하게 벌어들이고 있다. 학교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지만 노동자들에겐 매연 투성이 ‘벙커’나 폐건물밖에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하 주차장에 사무실이 있으면 교수님이나 학생들도 여길 찾아올 때 늘 매연을 마셔야 해요. 학교가 교육의 전당이면 이런 점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노동자들은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공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